간질을 불치의 유전병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질을 괴상한 병으로 인식,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있는 것처럼 잘못 알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이태희 동강병원 신경과 과장은 "간질은 뇌의 일부분이 손상된 상태에서 수면부족이나 스트레스, 과다한 음주와 약물복용 등의 요인으로 전기가 누전되는 것처럼 신경계통이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유전적 요인에 의한 발병은 5% 뿐이며 90% 이상이 후천성"이라고 말했다.

 후천적 요인은 아기가 태어날때 난산으로 인한 뇌의 손상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뇌막염, 기생충에 의한 손상, 외부 충격 등으로도 나타난다. 또 교통사고에 따른 뇌의 손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간질은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뒤 나타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간질은 의식 유무와 발병부위에 따라 크게 소발작과 대발작으로 구분된다. 소발작은 뇌의 이상증상 파장이 일부분에 그쳐 한쪽 팔이 떨리거나 입주위가 실룩거리는 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심하지 않지만 치료는 대발작보다 오히려 까다롭다. 뇌의 일부분에서만 이상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발작은 뇌가 손상된 부위에서 발생한 파장이 뇌 전체에 퍼져 5~10분간 의식을 잃고 발작을 보이다가 잠이 들곤 한다. 심한 발작을 보일 때는 의식이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으나 기도가 유지되도록 주위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 10분 이상 장시간 발작을 보일 때는 자칫 뇌에 더 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치료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적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로 이상증세의 파장을 억제해 경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3~5년 정도 장기간 치료를 요하므로 인내력이 필요하다. 뇌 손상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도 있다. 하지만 수술은 또다른 뇌의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가장 최근에 도입된 치료법은 미주신경자극법이다. 환자 스스로가 발작 조짐 신호가 올때 몸의 일부분에 부착해둔 장치를 눌러 경련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이과장은 "열경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아이는 뇌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정밀 뇌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증상은 비슷하지만 간질로 인한 발작이 아닌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제대로된 정밀진단 후 치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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