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간 핵문제 대치가 날로 첨예화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 행정부나 언론의 북핵 관련 언급이 강경론 일색이고, 이에 맞선 북한의 반응수위도 예사롭지 않다.

 이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핵실험 장소를 발견했다"고 보도해 여러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신문이 핵실험시설 위치로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 평남 용덕리는 이전부터 핵시설 소재지로 주목받아온 곳이다. 소형탄두 개발설도 확실한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추측에 불과한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국 이 보도는 기존 정보를 재가공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불구,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을 뒷받침하면서 북한 핵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미국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고 있는 북한측의 반응도 예의 벼랑끝 전술에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 NYT 보도가 나온 같은날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미국이 대북제재나 한반도 전략증강을 도모하면 "무자비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양방송은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해 북한을 시험하지 말라며 "시체와 파멸"만이 돌아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현재 한미일 3국은 워싱턴에서 북핵사태 대책논의를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외형은 협의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이 회담 분위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은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경수로사업을 북핵과 연계, 공사중단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을 통한 대북압박 등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포위망도 더욱 좁혀가고 있다.

 이같은 한미일 실무협의를 앞두고 나온 NYT 보도가 눈길을 끄는 것도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미국내 기류의 한단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우리는 북핵사태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론이 북한의 벼랑끝 협상전술과 정면 충돌했을 경우 예상키 어려운 위기국면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압박과 버티기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북핵 위협이 제거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실무협의든 양자협의든, 5자협의든 어떠한 형식의 협상에서도 정부는 이러한 기본입장을 분명하고 강력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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