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정부를 표방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각계각층의 이익 집단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하여 목청을 더 높이고 있고, 인터넷과 언론매체에서는 연일 국정현안에 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여름밤의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전국이 토론의 소리로 들끌고 심지어 어느 방송국에서는 밤을 세워 결론을 내는 끝장토론까지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가히 토론공화국이라고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원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느 한 계층이나 세력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어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제도인데 새삼스럽게 현 정부가 국민참여를 들고나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동안 우리사회가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권위주의적 독재로부터 민주세력으로의 중앙세력의 변동은 이루어 내었으나 아직도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의사결정이 여전히 보스 중심, 혹은 기득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소외되는 소수를 양산하게 되어 국민의 동화적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진정한 국민의사의 통합에 필요한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 한단계 성숙한 민주시민 사회로 도약하기 위함이 아닌가 이해된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여 의사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국민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수많은 제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토론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필수불가결한 수단일 수 밖에 없다.

 즉, 토론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의사수렴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토론을 거치면서 의견이 수렴되거나,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의사가 결정되면 패자는 승복하고 승자는 관용으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여 의사가 집행되어 질 때 비로소 토론은 유의미한 것이며 소모적인 국력 낭비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현재 참여의 기치를 내건 각종의 세력들이 토론이나 대화를 통한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접어두고, 집단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바로 극단적인 힘의 논리에 의존하려 하거나, 토론·대화를 하는 척 하면서도 사실은 의사수렴 목적이 아니라 자기 주장의 선전·투쟁의 목적으로 활용하다 결국은 집단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일 온갖 형태의 실력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일사불란한 권위주의의 고요함에 익숙한 일부 인사들의 국가 존망을 논하는 과장된 목소리에 경제침체까지 겹쳐 몹시 어수선하고 불안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우리는 4·19, 5·17, 6월항쟁 등의 민주화과정을 거칠 때마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국가 안위가 흔들리는 위기를 겪었지만, 지혜로운 다수 국민들의 피땀어린 희생으로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였고,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저력을 보여왔다.

 따라서 현 상황을 국가 존망의 위기라는 일부의 호들갑에 국민들은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저력은 민주주의의 소음 속에서도 또한번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이룩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지나친 불안심리는 오히려 경기침체를 더욱 가중시켜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양심적인 전문가들의 진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 과거의 권위주의에 대항하던 민주화투쟁의 방식을 벗어나, 성숙한 민주정신 즉 상대주의에 입각한 대화와 토론, 이에 대한 승복과 소수에 대한 관용의 정신이 우리의 생활방식으로 익숙해질 때 우리 대한민국호는 번영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으며, 현재의 이 토론공화국도 도약을 위한 추억의 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