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실적 양극화가 대기업 내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30위내 기업들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올해 실적이 전체 그룹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이외의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0대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큰 폭의 마이너스로 바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중심의 영업이익 비중은 2008년 유럽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실적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증시에 부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電, 연매출 200조ㆍ영업익 30조 돌파 ‘눈앞’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 200조, 영업이익 30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은 198조925억원, 영업이익은 27조3천129억원으로 예상됐다. 작년에 비해 매출은 20.05%, 영업이익은 68.08% 증가한 수치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44조8천7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 55조원을 돌파할 경우 첫 연간 매출액 2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20조6천700억원으로, ‘갤럭시노트2’ 등 스마트폰 효과를 4분기에도 이어간다면 30조 달성도 크게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시가총위 30위 기업 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30대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은 82조2천882억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생명의 4개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모두 29조9천529억원이다.
 순이익 추정치도 총 67조4억원 가운데 삼성그룹 4개 계열사의 총 순익이 25조2천억원으로 3분의 1 이상을 웃돈다.
 현대차그룹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30대 그룹의 20%를 넘는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총 영업이익 추정치는 17조4천292억원으로 30대 그룹의 21.18%를 차지한다. 순이익도 18조1천14억원으로 전체의 27.02%에 해당된다.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상장사에서 국내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다”며 “계열사도 많고 기업 자체가 커져 실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로 이익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업 실적 쏠림현상…시장 불안 커져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실적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와 2위인 현대차가 국내외 악재 속에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지만, 시총 30위내 기업들 중 16개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하락할 전망이다. 순이익 전망치도 절반가량의 기업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특정 기업에 대한 실적 쏠림 현상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워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실적 집중도가 심해지면서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올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꾸준히 이익을 잘 낸 측면도 있지만 내수 쪽과 중국 관련 종목들의 이익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IT와 자동차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로의 쏠림현상이 심했던 2003~2004년의 경우에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바로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한 종목에 의해 수요-공급이 결정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박사는 “대기업의 실적 쏠림현상이 지속적이라면 산업 구조상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IT나 자동차 외에 주요업종을 벗어나 한국 산업 구조를 다변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박사는 “이익이 증가한 대부분의 기업이 글로벌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해외 변수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시장의 경우 외부 변수에 많이 흔들리는데, 몇몇 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시스템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며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의 손해도 커지는 등 과도한 변동성을 이상과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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