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세계은행이 잇따라 세계 경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IMF는 8일 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놀랄 만큼 높다”는 표현까지 포함했다.
 IMF는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도 올해와 내년의 세계와 주요국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
 반면, IMF의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 위기에 대처하는 현지 움직임에 “분명한 태도 변화가 있다”면서 따라서 “이것이 빠르게 진전되면 최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 상황에 세계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해야 하는 중국이 성장 둔화에도 소비 기반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분석도 월가에서 나왔다.
 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외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수준만큼 높지 않다는 견해도 세계은행 등에서 제시됐다.
 △IMF, 세계 경제 전망치 또 하향
 IMF는 도쿄의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개막 전날인 8일 새로운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놀랄 만큼 높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IMF는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각각 3.3%와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에 3.5%와 3.9%로 하향 조정되고서 추가로 낮춰진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로존이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면서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가 더욱 곤두박질을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블랑샤르는 지난 3일 헝가리 인터넷 매체 회견에서 “아직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지만, 세계 경제가 괜찮은 상태로 회복되려면 금융 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10년은 확실히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 새 보고서는 미국과 유로존, 일본 및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등의 성장 전망을 일제히 낮췄다.
 보고서는 또 “금융 신뢰가 여전히 예외적으로 취약하다”면서 따라서 “지금의 완화 기조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 회견에서 “구조적인 금융 위기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가 더 깊게 장기간의 침체에 빠져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OECD “역내 경제, 앞으로 몇 달 더 악화할 것”
 OECD가 8일 공개한 34개 회원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역내 경제가 몇 달 더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OECD는 8월의 종합 CLI가 100.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선진국 대부분은 CLI가 변하지 않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로존이 심각해져 99.5이던 것이 99.4로 더 떨어졌다.
 지수가 100 밑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도 지수가 하락했다.
 역내국 가운데 영국과 브라질만 8월에 CLI가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으로 비교됐다. △ 세계은행, 아시아 성장 전망치 하향
 세계은행은 8일 낸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역내 성장이 애초 기대보다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의 ‘재정 절벽’과 유로 채무 위기 장기화가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올해 7.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했던 7.6%에서 낮춰진 것이다.
 내년 성장 전망도 8.0%에서 7.6%로 하향 조정됐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지난해 8.2% 성장한 것으로 세계은행은 비교했다. 지난해 9.3% 성장한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7.7%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의 내년 성장도 애초 전망치 8.6%에서 8.1%로 낮춰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어두운 전망과 경고 일색이지만 ‘터널 끝의 빛이 보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IMF의 블랑샤르는 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유로 위기 대처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있다”면서 “복잡한 퍼즐이 빠르게 풀리기만 하면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도 긍정적 부분이 보인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에 최근 (또다시) 일부 개선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앞으로 몇 분기 경기 회생을 부추길 것으로 관측했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불변”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가오시칭(高西慶) 사장도 지난 5일 뉴욕 경제인 클럽 연설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만큼 크지 않다”면서 도시화와 인프라 투자 확산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소재 클라우 캐피털 파트너스의 에릭 브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5일 블룸버그 회견에서 “경기 둔화에도 중국 소비가 여전히 탄탄함을 황금연휴가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 IMF “유럽 신흥국 충격 제한적”
 IMF 경기 전망 보고서는 유로 위기가 유럽 신흥국에 가하는 충격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유럽의 신흥 9개국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유로 위기에도 올해 2%, 내년에는 2.6%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유럽 신흥국도 유로 위기로 말미암아 지난해 서유럽 은행의 자금 회수 등의 충격을 입었다”면서 그러나 “지난 200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충격이 제한적”이라면서 “유럽 신흥국의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유로 위기국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9개국은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및 아직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터키로 언급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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