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이 3%대 중반에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현지시간)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6%로 내다봤다.
 지난달 IMF가 발표한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는 내년 성장률을 3.9%로 봤으나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올해 성장률도 3.0%에서 0.3%포인트 내린 2.7%로 제시했다.
 IMF의 이런 전망은 유럽 당국이 유로존의 위기를 해결하고 미국이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IMF는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성장 전망은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이런 위험이 현실화하면 한국처럼 개방되고 무역에 의존한 국가는 대외 수요의 급감 등으로 성장세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의 전망은 지금까지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이 내놓은 예상과 비슷한 수준이며 정부만 내년 성장률을 4%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17일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에서 내년 성장률을 4.1%에서 3.4%로 대폭 수정했다. 한국은행도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망을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일 내놓은 ‘2013년ㆍ중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2.5%를 저점으로 내년 3.5%, 2014년 4.3%, 2015년 3.9%, 2016년 3.4%로 제시했다.
 예산정책처의 전망 역시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수행된 것으로 추가 하향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춰 올해 2.5%, 내년 3.3%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0개사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 역시 올해 2.6%, 내년 3.3%에 그친다.
 글로벌 IB 가운데 BNP파리바는 내년 전망치를 2.6%로 제시해 가장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나머지 9개 IB는 모두 3%대로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성장률이 2.3%에 그치고 2009년에는 0.3%까지 추락한 한국경제는 2010년 6.3%로 반짝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3.6%로 쪼그라들었다.
 주요 기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도 2% 대로 더 위축되고 내년에 회복하더라도 3%대 중반에 머물면서 한국 경제는 3% 안팎의 저성장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전제한 성장률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수정 가능성을 시사해 재정건전성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정감사에서 “12월이면 다시 전망치를 내지만, 예산심의과정에서 근접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4% 전망치를 무조건 고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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