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세 조사가 강화되면서 세계 미술품 시장의 큰 손이었던 중국인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홍콩에서 지난 7일 끝난 ‘파인 아트 아시아’ 아트페어의 앤디 헤이 디렉터는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충동적, 투기적으로 미술품을 대량 사들였던 중국의 신흥 부자들을 대신해 “구매를 결정하기 전 매일 전시장에 나와 작품을 살피는” 신중한 고객들이 미술품 시장을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세관 당국이 수입 관세 탈세 혐의로 미술품 딜러와 수집가들을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시장이 조용해졌다며 다른 아시아 고객과 세계 각국의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콩 갤러리 ‘오라-오라’의 헨리에타 추이 역시 이번 아트페어에 온 구매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푸퉁화(중국 표준어)가 덜 들렸다”고 말했다.
 소더비가 홍콩에서 연 가을 경매에서도 중국인 외에 서구 구매자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소더비의 아시아 동시대 미술 경매에서 판매된 작품 중 고가 작품들은 대부분 아시아 개인 컬렉터들에게 판매됐다.
 그러나 장샤오강(張曉剛)의 유화 ‘톈안먼 No.1’(1993년작)은 유럽 개인 컬렉터에게 추정가 범위 이내인 2천만홍콩달러(약 28억6천만원) 이상에 판매됐다.
 또 다른 중국 유명 작가 쩡판즈(曾梵志)의 유화 ‘무제’(2006년작)는 미국의 개인 컬렉터에게 338만홍콩달러에 판매됐다.
 소더비의 아시아 동시대 미술 부문 책임자인 에블린 린 치아-주는 “지난 봄 경매와 비교할 때 서양 구매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소더비의 아시아 동시대 미술 경매의 총 낙찰액은 1억1천700만홍콩달러(수수료 포함)로 지난 봄 경매 때의 2억1천300만홍콩달러보다 감소했으며 중국 20세기 미술품의 총 낙찰액 역시 봄 경매 때보다 감소했다.
 반면 동남아 근현대미술품 경매에서는 1억2천100만홍콩달러 어치의 미술품이 낙찰돼 이 부문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경매사들은 앞다퉈 아시아의 미술 경매 허브인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2위 경매 업체인 자더(嘉德)는 지난 주말 중국 본토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홍콩에서 경매를 열고 중국 수묵화와 서예, 가구 등을 판매했다.
 중국의 또다른 대형 경매사인 폴리(保利) 인터내셔널도 다음달 홍콩에서 첫번째 경매를 열 계획이다.
 오래전 홍콩에 진출한 세계 양대 경매사 소더비와 크리스티에 이어 중국의 대형 경매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홍콩의 미술 경매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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