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에 1년만의 정상회담 재개는 가능할까.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6일 고이즈미 총리의 9월 `북한 재방문 검토설'을 제기하면서, 양국간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국 정상간 회담 재재 문제는 일본 외교가에서 줄곧 관심의 표적이 되어 왔다. 지난 1월 고이즈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나온 정상회담 재개설은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모스크바 방문 후 극동의 하바로프스크를 거쳐 귀국한다는 일정이 정해지면서 `북.일간 제2 정상회담설'이 급속히 유포된 바 있다. 하바로프스크가 평양에서 가까운데다 작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런 추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고이즈미 총리의 재방북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법한일이다. 특히 오는 9월말 자민당 총재재선~총리 재취임을 노리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인기회복을 위해 대북 외교카드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받을만 하다.

 작년 9.17 평양 정상회담 이후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50% 이하에서 70%선까지 급상승한 점을 상기해 볼 때 북.일 정상회담 재추진은 고이즈미 총리의 머리 속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여러가지 일들을 감안해 볼 때 고이즈미 총리의 재방북이 추진의지만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실현될 일은 아닌 듯 보인다.

 먼저 지난 해와 비교해 크게 악화된 일본내 대북 감정이다. 작년 정상회담 이후납치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일본 언론들은 집중적인 `북한 때리기'에 나섰고, 이는 일본 국민의 전반적인 `북한 알레르기'로 발전한 상태이다.

 일본의 철저한 검사방침 등으로 북한의 화물여객선 만경봉호가 일본 니가타( 新潟)항 입항을 무기한 보류하는 등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중이다.

 둘째는 작년 정상회담 때와 달리 지금은 북한의 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보유설은 지난해 북일 정상회담 직후인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핵보유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는 관측도 제기된 터이다. 따라서 일본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결전망없이 제2차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설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외무심의관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대북유화파의 입지가 좁아지는 대신,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 부장관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관방장관 등 이른바 일본판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득세현상도 북.일간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춰보게 하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상회담 추진설이 공론화되면 성사가능성은 매우낮아진다는 점에 있다. 추진계획이 공개되면 반대세력이 발목을 잡을 충분한 시간과여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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