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중 노조 맞나?) 추성태기자(기동취재부)

"현대중공업 노조"하면 "골리앗 농성"부터 떠올린다.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 파업과 함께 골리앗크레인으로 올라가 극한투쟁을 벌이던 현대중공업 노조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의 기억이 워낙 강렬해 쉽게 지울 수가 없다.

 민주노총의 선봉대로 "과격" "초강성" 이미지가 각인된 현중노조는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트랜드 마크이기도 했다. 그런 현대중공업 노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져 과연 "그 옛날 현중 노조가 맞나" 할 정도이다.

 올 임금협상 타결로 이 회사 노조는 9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나 "진정한 무분규"는 올해가 원년이라 할 수 있다. 기록상으로는 95년부터 무분규로 보지만 매년 미미한 수준의 "분규"는 발생해 왔기 때문.

 무분규 이면에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현집행부가 합리적 개혁노선을 천명, 외부적 문제보다는 조합원의 실리와 복지향상에 조합운영의 초점을 철저히 맞춘데 있다.

 집행부는 과거 비리로 얼룩졌던 노조 창립기념품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조합비를 0.3% 인하, 연간 12억원에 달하는 조합비를 포기하고 조합원에게 되돌려줬다.

 그리고 상급단체의 요구가 자사현안과 맞지 않을 경우 과감히 단절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불참은 물론, 협상안을 4개항에 국한한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2만 조합원의 거대조직이 협상안을 4개로 압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로 사측과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포석이었다.

 시대가 변한 만큼 노동조합 활동도 바뀌어야 한다는게 집행부의 확고한 "노동철학"이다. 현중노조는 조합원들의 뜻을 파격적으로 실천해 가고 있다.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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