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건설사업이 본격 착공을 앞두고 있으나 반핵운동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6·13지방선거, 12·19대선 때 신고리원전을 놓고 "백지화", "재검토" 등의 공약이 많았던 사실을 상기해보면 천양지차이고, 의구점이 한둘이 아니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일원에 추진중인 신고리원전 건설사업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은 지난 6월25일 울주군을 방문, 기자간담회에서 착공시기와 관련해 "늦어도 8월중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전소 건설은 국가전력수급상 불가피한 것이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전 설비의 필요성에 대해 그 책임자가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리원전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활발하게 그 시시비비를 따졌던 반핵관련단체들의 활동이 막상 착공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는 왜 그렇게 조용할까.

 특히 선거 때 유권자들의 표심을 호소하면서 신고리원전의 건설 백지화에 앞장설 것임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놓고, 당선되자 이를 실천할 방안을 찾는데는 게으른 인사들의 내심은 무엇일까.

 착공시기가 발표되는 현 시점에서 신고리원전 백지화를 공약한 인사들이 과연 유권자들을 속일 의도가 없었다면 백지화 방안에 대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정도는 밝히는 것이 도리 아닌가.

 백지화 방안을 찾았는지 못찾았는지, 못찾았다면 그 이유는 어떠한지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표를 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행 의지이자 예의라면 과도한 요구일까.

 신고리원전 건설 백지화 공약을 내건 단체장들이 공약이행의 책임을 회피 또는 외면하는 현실인데도, 같은 공약을 하고 시·군·구의회반핵대책위까지 수년전 결성한 지방의원들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적어도 원전건설관련 지방사무에 국한하는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제의하는 의원조차 없는 그 침묵은 무슨 의미일까.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작년말 대선 때 지역 공약 중 앞자리에 내세우고 열변을 토하던 국회의원들은 왜 또한 말문이 막혔는지...

 정말 이것저것이 의문스럽다. 울산의 선량들은 유권자들의 망각현상을 과신하는 것인지, 뽑아준 민의를 무시하는 것인지, 반대가 찬성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각종 시민설문조사 결과를 믿지않는 것인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온갖 사소한 것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신고리원전만은 묵묵부답이면 건설자체에 동의한다는 뜻인지, 차라리 그러한 메시지라도 듣고 볼 수 있다면 소신있는 정치인이라는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신고리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와 산하기관에도 묻고 싶다. 주민들의 반대가 강하다면 더 나은 묘책은 없는지, 차선책은 무엇인지 다각도로 검토해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는가.

 특히 지역민들이 걱정하는 원전의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측 주장이 진실이라면 왜 전국 곳곳에 소규모 원전 건설 방안은 생각하지 않는가. 이 경우 최소한 원거리 송전철탑의 폐해는 줄일 수 있고, 소위 지역이기주의 논란은 해소되지 않겠는가.

 이같은 제 의문 속에 그나마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는 것은 유권자에겐 큰 위안이다. 누가 공약이행을 철저히 했는지, 누가 공약이행을 철저히 할 역량이 있는지 엄중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지, 공약이행의 의지가 없는지도 철저히 따지고 가려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달콤한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거나 속이는 후보나 정당은 철저히 외면해야만 허튼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러하다. khs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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