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시장과 김철욱 시의장 등 울산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국제 자매도시인 미국 포틀랜드를 방문한다. 6월5일 출국해 15일 돌아올 이번 울산대표단의 방미는 포틀랜드시장의 장미축제 참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방미 첫날 베라캣츠 포틀랜드 시장을 공식 방문, 합의문에 서명하고 6일에는 박 시장이 로즈가든에서 로사리오 기사작위를 수여받을 예정이다. 사흘째는 박 시장과 김 의장, 고원준 울산상의 회장 등이 오픈카에 탑승해 장미축제 꽃마차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이날 자매도시협의회와 교민회 관계자 등을 초청하는 박시장 주최의 오찬이 있고, 다음날엔 울산의 태화강 같은 윌라미트강 선상 만찬도 준비되고 있다.

 양 도시간 우호협력 증진방안 등을 논의하고, 시의장을 민간부문 교류의 울산 대표로 선임하면서 예술단 교환공연, 청소년 홈스테이 교환 등 민간교류 내실화 방안에 대한 공동합의문도 발표하기로 했다. 민간부문 교류 활성화를 선행한 뒤 공무원 상호 파견근무 등 공공부문 교류 확대도 꾀한다고 하니 방문자체에 큰 이견은 없다. 베라켓츠 시장도 울산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다, 1907년 시작돼 미국내 4대 퍼레이드로 선정되기도 한 국제 자매도시의 장미축제에 참가해 국제협력을 다지고 울산을 홍보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산대표단 구성이나 방문일정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우선 대표단 구성에서 울산시의 경우 시장과 의장, 경제정책과장과 국제교류담당 직원, 취재기자 2명 등 8명으로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기했다고 본다. 반면 상공계의 경우 울산상의 고 회장과 이두철·김철 부회장, 김성룡 상임의원 등 11명이나 된다.

 물론 울산상의는 지난 88년 포틀랜드 오레곤 한인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고, 지역기업체와의 민간경제교류 및 협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해마다 교환방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울산상공계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마음 맞는 인사들"에 치중한 듯하다. 교류를 넓히려면 대소 제조업체에서 부터 건설업계, 항만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대표단을 구성하는 게 당연한데도 항만이나 자동차관련업체, 중소기업협의회 임원 등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포틀랜드항 주변엔 현대자동차의 캐나다를 포함하는 북미 중·서북부지역 수출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1만대 규모의 대형 출고센터가 있다. 또 포틀랜드항을 관리·운영하는 항만협의회는 민·관이 참여하는 시스템이 발달돼 있어 미래의 울산항 운영 시스템을 연구하고 검토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울산 전체 부가가치 생산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울산항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포틀랜드의 선례에서 울산에 접목시킬 만한 방안을 찾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이번 방미 울산대표단의 일정을 보면 더욱 의아하다. 주목적이 장미축제 참석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환영연회와 로즈가든 투어, 퍼레이드 참가, 선상 만찬, 리셉션, 시내 투어 등 한마디로 "구경과 연회"로 짜여 있다. 현대자동차 출고센터나 항만협의회 방문 등은 주요 일정표에서 빠져 있다. 또 포틀랜드 방문을 마치고 8일중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한 뒤 로스엔젤레스 라스베가스 등을 둘러보고 14일 귀국길에 오르기까지의 일정은 그야말로 관광 일색이다. 상공계 대표들의 아예 개별 일정을 갖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오고 가는데 거의 하루씩 걸리는 원거리 해외출장을 어렵게 결정한 만큼 지금이라도 보다 생산적인 일정으로 조정해야 한다. 시민세금을 출장경비로 쓴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상공계 인사들은 사비로 간다고 하나 110만 울산시민을 대표해 방문하는 만큼 예외일 수 없다.

 울산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박 시장은 난생처음의 미국 방문이라고 하니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와 보다 나은 시책을 발굴, 시행하는 동인을 얻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도 최선의 일정이냐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khs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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