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의료 사각지대 해소돼야-③ 지역 보건소의 역할 강화

 

과거 예방접종을 맞던 곳이었던 보건소가 달라지고 있다. 건강검진과 맞춤형 방문관리에서부터 치매상담, 알콜상담센터 운영, 아토피 관리까지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보건소는 저소득층과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역할이 강화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 공공의료 역할 확대 추세
지역 여건에 맞는 의료정책 수행
보건부 ‘지역보건법 개정안’ 추진

■ 울산지역 공공보건 규모 ‘열악’
보건기관 24곳…보건인력 199명
민간에 보건소 위탁운영 필요성도

최근 창원보건소는 40세 이상 저소득층 주민 등을 대상으로 뇌정밀 MRI 무료검진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비용부담이 컸던 MRI검진을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온 것이다. 창원보건소는 MRI검진을 통해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 중 하나인 뇌혈관 질환을 조기에 발견, 주민들의 의료비 절감과 사망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쳤던 보건소의 역할을 ‘지역사회의 건강 총괄기관’으로 끌어올리려는 법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지역 여건에 맞는 보건의료정책을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31일부터 10월10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거쳤다.

개정안은 보건소가 기관 내부의 한정된 자원을 이용한 진료 및 보건사업 수행의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행정기관 및 민간의 각종 자원을 조정·연계해 건강정책을 기획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울산 동구보건소는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과 엄마를 대상으로 지난 5월 엄마와 함께하는 자연체험 캠프를 열었다. 동구보건소 제공

현재 16개의 업무 중심의 보건소 역할을 기능 중심으로 재편성하고 매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실시,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을 담고 있다.

건강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악화될 수도 있다. 의료비 지출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과 사회취약계층은 건강관리와 질병예방, 건강검진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노령화와 만성질환도 증가해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욕구도 높아졌다. 앞으로의 보건소 기능이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관리에 중점을 둬야할 이유다.

◇특화된 지역보건서비스 선보여

전국적으로 보건소에서는 지역의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보건소에는 u-Health 시스템을 이용해 만성질환자를 관리하고,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출생아건강보장보험료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가정 건강교육과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초음파 검진, 사회복지시설과 전통시장으로 찾아가는 조기검진사업 등도 소개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동구보건소에서 아토피·천식 예방관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토피 사업은 지난 2009년 질병관리본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2009년 45명, 2010년 170명, 2011년 201명, 올해 294명이 등록했다.

동구보건소는 아토피를 극복할 수 있는 생활습관 및 대처방안, 예방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토피 안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들의 심리적인 지지를 위한 아토피 자조모임과 아토피 캠프도 실시한다.

특히 지역내 18세 미만 아토피·천식 질환자 중 월평균 소득 80% 이하의 대상자에게는 의료비지원과 무료검사 의뢰, 보습제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경주 남산 등에서 경주국립공원과 공동 주관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자연체험 캠프’가 실시됐다. 아토피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과 엄마 등 40명을 대상으로 명상체조, 나무와 교감하기 등 휴양과 치유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아토피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동과 엄마에게 자기 관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아토피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중이고, 대상자 등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공공의료 확충돼야

다양한 보건소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지만, 울산의 보건소 인력은 전국 최저 수준(표 참조)이다. 인력이 적은 것은 보건소 개수와 무관하지 않다.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은 행정기관으로 행정구역 단위로 설치된다. 울산에서는 5개 구·군에 맞춰 5개의 보건소와 추가적으로 8개의 보건지소, 11개의 보건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보건소의 수로 따지면 부산 16개, 대구 8개, 경남 20개 등에 비해 적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역보건의료정책의 현황과 개선방안’에서 “행정기관으로서의 지역보건의료기관은 행정구역 단위로 설치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지역보건의료기관 설치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는 지역주민의 편의와 지역별 보건의료자원의 분포가 고려돼야 한다”며 “도시 보건지소를 반드시 공공조직으로 설립하는 것보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민간의료기관을 보건지소로 지정해 공공이 위탁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소 등 보건기관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1999년 전국의 3459개소였던 보건기관은 10년 이후 2009년에 3462개소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병의원은 동기간 1만9411개소에서 2만9379개소로 크게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의료기관수는 1999년 85.5에서 2009년 121.5로 늘어났지만, 민간의료분야 확대가 대부분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확대됐지만, 민간보건의료자원의 양적인 확대에 비해 공공보건의료자원의 양적인 규모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수요자의 공공의료서비스 접근도를 향상시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분야의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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