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계의 "큰 별"이 졌다.

 8일 향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적벽가〉의 예능보유자 박동진 명창은 소리판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박 명창이 세상을 들썩이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판소리 완창"이라는 소리판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부터.

 그는 판소리계에서는 최초로 지난 68년 9월30일 국립국악원 강당에서 5시간25분에 걸쳐 단 한번의 휴식시간도 없이 〈흥보가〉를 완창했다. 완창 판소리는 소리판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임방울, 김연수, 김소희, 박초월 같은 쟁쟁한 명창들의 그늘에 가려있던 가난한 소리꾼에 불과했던 그였다. 〈흥보가〉 완창 이듬해인 69년 5월 국립극장에서 제 2회 완창 판소리 〈춘향가〉를 장장 8시간 동안 공연했다.

 이후 70년 4월 〈심청가〉(6시간30분)와 그해 8월 〈변강쇠 타령〉(3시간30분), 71년 4월 〈적벽가〉(6시간), 그해 11월 〈수궁가〉(4시간) 등 완창 공연이 이어졌다. 72년에는 무려 9시간40분이나 걸리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창작 판소리 공연을 소화했다.

 이렇게 전승 다섯 바탕은 물론 〈변강쇠 타령〉과 〈숙영낭자전〉 등 사설과 장단, 가락이 사라졌던 바탕소리까지 복원해냈으며 〈예수전〉과 〈팔려간 요셉〉 등 창작 판소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박동진은 1916년 7월 12일 충남 공주군 장기면 무릉리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난 73년 마침내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인은 팔십을 넘긴 나이에도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벌이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97년에는 자신이 태어난 공주시 무릉동 370번지에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을 짓고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박 명창은 81년 은관 문화훈장, 82년 전국국악대상, 83년 서울시 문화상, 2000년 KBS국악대상 등을 수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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