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에필로그 <상> 복지현장에서의 변화
정부-지자체-기관 ‘복지’ 껴안았다

‘복지’의 앞, 뒤로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온다. 올해 강조된 수식어는 ‘체감도 높이기’다. 지역 주민들과 저소득층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복지기관에서는 인력을 늘리고, 사례회의를 추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희망복지지원단’을 출범시켰고, 사회복지협의회는 ‘좋은이웃들’ 발대식을 가졌다. 지역 주민들에게 상담 창구를 열어놓는 것은 물론, 직접 대상자를 발굴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찾기도 했다.

사회복지협의회 ‘좋은이웃들’ 발대 6개월
사례발굴 현재 85건…연말까지 100건 목표

거주지 마련·집수리부터 일자리 소개까지
복지 사각지대 있는 이웃들에 따뜻한 손길

보건부 ‘희망복지지원단’ 민간기관과 연계
안과치료·난방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이 추진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복지 현장에서도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의 ‘좋은이웃들’은 올해 말까지 100건의 사례발굴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85건의 사례가 진행됐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대상자들은 상담과 집수리 봉사활동, 복지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

평범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좋은이웃들은 사업 초기만 해도 사례발굴 건수가 전체 시·도협의회 등 전국 30곳 가운데 적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 사정은 다르다. 전체 15위, 중간까지 따라잡았다. 좋은이웃들 봉사자들이 6개월 동안 곳곳에서 발품을 판 결과다.

◇수급자지정-거주지원-자립지원까지 한번에

울산시 남구 달동 일대를 배회하던 A(58)씨는 일정한 거주지가 없었다. 사업이 부도나고 가족이 흩어지면서 A씨는 몸의 일부까지 마비증상이 왔다. 집이 없던 그는 병원에 입원해 지내던 중 ‘좋은이웃들’을 알게 됐다.
 

 

좋은이웃들 자원봉사자들은 A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A씨가 거주할 만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홀몸노인이 집 주인으로 살고 있는 곳에서 쓰지 않는 방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홀몸노인에게는 매달 소정의 월세를 낸다고 설득했다.

벽지도 없고 장판도 없고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던 공간은 좋은이웃들의 정성으로 바뀌어갔다.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 1004지역사회봉사단은 도배와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쳤다. 구청 민원팀에서는 전기선 등 배선을 정리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옷장과 책장, 세탁기, 싱크대, 침대, 청소기까지 모았다. 좋은 일에 재활용을 하겠다고 이웃들에게 부탁해 손수 물품을 마련했다. 또 A씨가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어 A씨의 자립지원까지 진행했다. A씨는 몸 한쪽이 불편하긴 하지만, 운전이 가능했다. 지난 10월 중순, 좋은이웃들은 자활센터와 연계해 A씨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구해줬다.

좋은이웃들 최명숙 사업담당은 “A씨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다방면의 지원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지만, 외부의 민간 지원이 절실한 사례도 어김 없이 존재한다.

최 사업담당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집이 폐허가 된 B씨가 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면서 B씨의 집 사정이 주민들한테 발견됐지만, 후원 등 사업비가 마련되지 않아 수리를 못해주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 ‘좋은이웃들’은 거주지가 없던 A(58)씨에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과 자립지원 등을 제공했다. 사진은 좋은이웃들 자원봉사자가 A씨의 주거공간을 바꿔주는 모습. 울산시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최 사업담당은 “기초생활수급자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 담당자들이 대상자의 실생활을 직접 보고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암환자고 생활능력이 없는데 자식들이 군 제대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제외된 사람이 있었다. 기초생활수급 금액이 감액되거나 탈락한 사람들도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 자원 끌어모으는 희망복지지원단

출범 6개월을 맞은 희망복지지원단은 각 구·군의 사정에 맞게 다양한 사업을 연계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울주군 희망복지지원단은 지난 9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18개 기관과 통합사례관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합사례관리란 생활이 어려운 위기가정을 발굴해 복지관이나 민간기관, 자원봉사자 등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을 연결해 정상적인 가정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사업이다. 사회복지 서비스가 다양한 기관에서 분산 제공되면서 중복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도 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울주군 희망복지지원단 협약에는 울산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 울산시자활지원센터 등이 참여했으며, 이번 협약으로 빈곤가정의 발굴과 지원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어 북구 희망복지지원단은 아이윤안과와 1000만원 상당의 안과치료 업무협약을 맺었다. 어린이백내장 등 저소득층 자녀들의 안과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0월말,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은 각 시·군·구의 ‘희망복지지원단’을 통해 동절기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약 2만 가구에 100억원 상당의 쌀과 난방공사, 난방연료, 히터, 전기장판, 이불 등이 지원된다. 울산에서도 309가구가 1억4300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게 됐다. 쌀이 162가구, 난방공사 26가구, 난방연료 73가구, 히터 16가구, 전기장판 16가구, 이불 16가구 등이다.

희망복지지원단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이 보유한 각종 자원과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그 과정을 계속해서 모니터하는 것이 희망복지지원단의 역할”이라면서 “지역주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공급기관과의 연계, 협력을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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