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에필로그 : <하·끝> 지속가능한 복지서비스 절실

▲ 울산 동구청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중고령 퇴직자 활동지원과 자원활동가 양성을 위해 놀이선생님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퇴직자들의 노후를 돕는 ‘퇴직 준비학교’를 개강했다.

지난해 4월,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진 ‘화장실 삼남매’가 발단이 됐다. 서울의 한 공원화장실에서 발견된 이들은 변기를 식탁삼아 컵라면을 먹고 잠은 지하철역 구내에서 잤다. 첫째와 둘째는 주민등록증이 말소됐고, 8살인 막내는 출생신고도 되지 않았다. 망상증에 빠진 아버지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큰 충격을 안겨준 이 사건으로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에 들어갔다. 총 1만4255건, 2만7212명이 발굴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중 70%인 9850건에 대해 가구당 평균 1.42건의 공공·민간 복지지원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역내 기초수급자중 65세이상 노인 비율은 25% 이상
최저생계비 지원 넘어 돌봄서비스·일자리 창출도 필요
현대重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노후설계 필요성 강조
복지중 민간후원 비중 23%달해 공공-민간 연계 중요

정부는 올해부터 희망복지지원단을 가동시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극빈계층을 발굴했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소득역전 현상에 대한 방안도 마련했다. 사회복지지출도 꾸준히 증가돼 2009년 기준, GDP대비 10.49% 수준(표 참조)으로 올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질적 성장 없는 복지’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빈곤층에 대한 지원책을 최저생계비(소득)에만 연계하기 때문이다. 복지비용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정작 지원을 받는 당사자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 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성격에 따라 급여 뿐만 아니라 복지 서비스도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울산에서도 올해 저소득층과 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 베이비붐 세대 등 다양한 계층의 ‘복지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본보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자’라는 주제로 울산의 복지 현황과 문제, 그에 따른 대안들을 제시해왔다.

매주 1회씩 노인과 여성, 장애인, 아동, 베이비붐 세대, 복지 체감도, 다문화 가정, 의료 사각지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울산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모델들을 짚었다.

◇빈곤 사각지대의 다수 ‘노인’

울산지역에서 기초생활수급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7261명이다. 그 중 65세 이상 노인은 25% 이상인 4700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노인인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비수급 빈곤가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지원이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가구의 약 80%가 중고령층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지만,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데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을 103만명으로 잡은 바 있다.

올해부터 장애인과 노인, 한부모 가정 등은 부양의무 기준이 완화됐지만, 일반 가정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그대로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 이상, 불안정한 주거 생활, 정서적 불안 등으로 고통받기 쉬운 홀몸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울산의 홀몸노인은 지난해 말 기준, 2009년보다 20% 증가한 1만7816명으로 조사됐다.

울산시에서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도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각지대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돌봄서비스와 함께 노인학대, 노인일자리 창출, 노인여가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도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미래가 불안한 베이비붐 세대

제조업이 많은 울산은 지난 2010년부터 정년 퇴직 연령에 도달한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울산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약 100여명이 희망퇴직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년퇴직자는 900여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950명, 2011년은 788명이 퇴직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16년이 되면 정년퇴직자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가운데 임시직이나 일용직, 자영업자들은 충분한 노후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하위 20%는 최저생계비를 지출하기에도 빠듯해 노후를 위한 대비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 여유와 시간·관심·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노후설계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과 노후설계, 경력, 건강, 여가, 생활 등을 연계한 지원체계와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수정 위원은 “베이비부머에 대한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노후설계 서비스를 받은 개인에게만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을 비롯해 넓게는 사회구성원들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섹터와의 협력 필요

최근 스웨덴에서는 복지와 관련한 민간섹터의 역할이 증대했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풀뿌리 시민단체 등이 공공부문과 연계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는 공공복지 뿐만아니라 민간자원의 연계도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 후속조치 결과, 전체 복지소외계층 조치현황 중 민간후원이 23%인 2296건을 차지했다.

울산에서는 현재 복지관련 법인 33곳, 비영리 민간단체 32곳 등에서 긴급지원과 의료·생계비 지원, 물품 후원 등을 하고 있다. 또 울산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좋은이웃들’이라는 민간연계조직을 운영해 복지 소외계층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 모금기관인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아진 성금으로 복지 소외계층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6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긴급지원사업을 벌였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우리나라 사회복지지출 추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구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지출액 61조8730억원 73조4670억원 81조1300억원 93조650억원 111조7410억원
GDP대비 7.15% 8.08% 8.32% 9.07% 10.49%
연평균 증가율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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