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68년간 어린이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마루하 베네가스(97)가 세계 최장수 라디오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베네가스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던 1944년 12월18일 처음으로 ‘라디오 클럽 인펀틸’ 진행을 시작했다. 그는 유명 음악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던 당시 페루 정부로부터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는 고령으로 한쪽 눈 시력을 잃고 거동도 어려워 90세부터는 자택에서 전화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나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자신만의 방송에 열정을 다한다.
 베네가스는 “예전에 내 방송을 들었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모두 자라 결혼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며 “이들이 손자, 손녀들과 함께 다시 내 프로그램을 들어주었고, 나를 가장 지지해준 것도 바로 이들이다”며 청취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생활이 어려워 집을 팔아야 하면서도 70여 년간 무보수로 진행을 맡아온 데 대해서는 “어머니께서 어린이들과 아픈 사람들을 위한 방송이기 때문에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하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950년대부터 이름을 얻기 시작한 그의 프로그램은 당대 페루 최고의 가수와 연기자들이 출연했다.
 베네가스는 청취자들의 요청으로 1956년에는 학교를 세우기도 했지만 1980년대 페루 사정이 나빠지면서 문을 닫았다.
 일주일에 두 차례 방송되던 ‘라디오 클럽 인펀틸’은 이제 일요일 저녁 6시에 30분밖에 방송되지 않지만 아흔이 넘은 베네가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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