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103경기 50골, 한국 월드컵축구 첫 승리의 결승골 주인공,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인 황선홍(45)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어느덧 감독으로서 6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스타 선수 출신 감독이라는 압박감 속에 부산(2008∼2010시즌)과 포항(2011시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 컵 우승과 정규리그 3위를 이끌며 ‘차세대 명장’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모기업의 경영난 속에 새로운 시즌 험난한 도전에 직면한 황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과 한국 축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터키 안탈리아로 전지훈련 출발(20일)을 앞둔 그를 17일 포항 북구 송라면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믿음의 바탕은 소통 = 포항은 정규리그 9위에 머물던 지난해 6월 초 선수단 전체 워크숍을 열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선수들은 묻어둔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놨고, 코치진은 공감 가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포항의 클럽하우스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감사의 말’을 쓰는 게시판이 세워져 선수단이 고마운 마음이나 격려의 말을 쓰곤 한다.
 워크숍을 통해 ‘소통의 힘’을 실감한 황 감독은 이 게시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휴대전화 메시지도 주고받는 등 선수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믿음을 쌓았다.
 황 감독은 “이전에는 선수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경기하는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교감이 된다”면서 “특히 FA컵 우승하면서 선수들이 팀에 헌신하고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최근 프로축구에는 황 감독을 비롯해 최용수(서울), 서정원(수원) 감독 등이 잇따라 지휘봉을 잡으며 ‘40대 형님 리더십’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팀이 미래를 생각할 여력이 없어 생기는 현상인 것 같아 큰 그림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우리 세대에는 새로운 시험대”라고 정의했다.
 이어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생존경쟁이 피부에 늘 와 닿는다”면서 “운동장에 나가 달리면서 땀을 흘려 스트레스를 떨쳐낸다”고 털어놨다.
 ◇스틸러스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기 = ‘무한경쟁 시대’에도 포항은 유스 시스템의 표본으로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황진성, 신화용 등 주축 선수는 물론, 지난해 신인왕 이명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인 이광훈, 문창진 등 신예까지 탄탄한 조직을 형성했다.
 황 감독은 “팀에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라며 “(이)명주 등 어린 선수가 팀의 기둥이 될만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포항은 철강 경기가 악화하면서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황 감독은 “좋은 선수를 금방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돈을 많이 쓰는 팀도 필요하지만, 유소년을 키우는 방법도 하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지난해 후반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스플릿 시스템 상위리그 진입과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통과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 “문제는 기술이야” = 황 감독이 팀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빠른 패스다.
 한국 축구로 범위를 넓혀서도 그는 패스를 포함한 ‘기술’의 향상을 과제로 꼽았다.
 황 감독은 “저의 선수 시절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더 어릴 때 체계적인 연습으로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초등학교 때와 6∼7세에 시작하는 것은 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능있는 선수를 키우려면 최대한 빨리 자유로운 환경에서 세심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어 황 감독은 한국 축구의 또 다른 화두인 ‘국가대표 공격수 조합’에 대해서는 이동국(전북)과 박주영(셀타 비고) 모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그는 “국가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가는 곳”이라면서 “두 선수가 현역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를 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상대 전술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동국과 박주영이 동시에 경기에 나서도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략가’로 불리고파 = 선수 시절 화려한 수식어를 독차지했던 그가 감독으로서 가장 불리기를 원하는 말은 무엇일까.
 황 감독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략가’라고 답했다.
 “조광래 감독님이 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아직 한참 멀었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면서 전략적인 대응을 잘하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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