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5년간 남북 간 교류협력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맞물려 사실상 ‘단절된’ 수준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물론 남북 인적 교류와 경제 협력을 단순히 규모만 놓고 보면 참여정부 때보다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전 정부 때 시작한 개성공단이 꾸준히 성장해온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잇따른 사태 속에서 남북 교류를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며 교류 단절의 책임을 북한에 돌린다.
 하지만 남북 교류협력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통일부가 매달 발간하는 ‘남북교류 동향’ 자료집을 토대로 지난 5년 간(2008년 1월∼2012년 11월)의 남북 간 인적교류와 경제협력 현황 등을 살펴봤다.

 ◇ 작년 南방문 北주민 14년 만에 ‘제로’ = 현 정부 들어 5년간 남북을 왕래한 사람은 총 66만4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수치는 참여정부(39만2천여명) 때와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남북을 왕래한 사람은 대부분 남한 주민이고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개성공단 관계자들이다. 남한을 찾은 북한 주민은 724명으로 참여정부 때인 4천571명에 비해 6분의 1로 급감했다.
 특히 작년 한 해 남한을 방문한 북한 주민은 1998년 이후 14년 만에 ‘0’명을 기록, 최근 얼어붙은 남북교류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남북 간 교류 단절은 ‘차량·항공기 왕래’ 통계에서도 잘 확인된다.
 남북 간 차량운행은 84만9천여 회로 참여정부(49만여회) 때보다 크게 증가했지만 차량을 이용한 물동량은 139만t으로 오히려 40% 정도 감소했다. 차량운행 횟수가 늘었는데도 물동량이 준 것은 금강산관광 중단 여파로 신규사업 등이 제약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간 인적교류와 경제협력 등을 전면 중단한 이른바 ‘5·24조치’로 북한에서 모래 반입이 금지된 것도 물동량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
 참여 정부에서는 개성공단을 잇는 경의선 도로와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 도로가 모두 활용됐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거의 경의선만 이용됐다.
 항공기 왕래도 참여 정부에서는 589회(4만2천495명)를 기록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77회(3천812명)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맥’이 끊기다시피 한 분야는 이산가족상봉이다. 지난 5년간 정부 주선으로 상봉한 인원은 1천774명(2009년 888명, 2010년 886명)으로 전 정부에서 상봉에 성공한 1만4천600명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수준이다.

 ◇ 교역액 대폭 증가…‘개성공단 효과’ = 지난 5년 동안의 남북 간 전체 교역규모는 89억4천100만 달러로 참여정부(56억2천400만 달러) 때보다 58% 정도 성장했다.
 이 역시 개성공단 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참여정부 때 9억5천700만 달러를 기록한 개성공단 교역액은 현 정부 들어 66억9천500만 달러를 기록, 7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참여정부 2년차 때인 2004년 12월 첫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동에 돌입한 개성공단은 매년 급성장세를 보였고 현 정부 들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 역시 ‘5·24조치’를 취하면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
 현 정부 들어 승인을 받은 남북 협력사업(개성공단 사업 포함)은 총 108건으로 전 정부(370건) 때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고 그 가운데 사회·문화교류와 관련한 사업에 대한 승인은 5건에 머물렀다. 전 정부에서는 121건을 기록했다.
 정부·민간의 대북 무상지원은 2천563억원으로, 1조2천747억원(참여정부)에서 5분의 1로 줄었다. 과거에는 정부지원이 많았지만 현 정부에서는 민간지원이 더욱 많았다.

 ◇ ‘퍼주기 시정’ vs ‘교류협력 방치’ = 정부는 이 같은 5년간의 남북교류 현황에 대해 “교류협력이 경색됐다”고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책임을 돌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대화를 거부했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사태 등을 잇달아 일으켰다. 그 속에서 남북관계도 경색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교류협력이 단절되기는 했지만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과거의 일방적인 지원 관행도 어느 정도 시정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기조는) 엄격한 상호주의”라면서 “지난 정부 때는 우리가 주면 자연스럽게 호응해오겠지 하는 생각에 선지원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과거 관행을) 바꾸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과거 두 정부가 10년에 걸쳐 힘겹게 마련한 남북교류의 기본 토대를 너무 경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의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개성공단 가동을 유지했던 것처럼 교류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대북제재 조치를 좀 더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전반적으로 교류협력이 실질적으로 단절됐다. 또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후퇴한 것도 사실”이라며 “연평도 사태 등을 일으킨 북한이 관계를 가로막은 측면이 있지만 교류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남북 간 교류협력은 인도적 지원에서 출발한다. 남북문제와 북핵문제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북한과의 대화·협력이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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