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천만 호주달러)에 참가한 선수들이 무더위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남반구인 호주는 1월이 한여름인데, 특히 올해에는 이례적인 폭염이 엄습해 선수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대회 나흘째인 17일 낮 최고기온은 섭씨 41도까지 올라갔다.
 코트에서 상대 선수뿐 아니라 작열하는 태양과도 싸워야 했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코트를 떠났다.
 남자 세계랭킹 3위인 앤디 머리도 주앙 소자(100위·포르투갈)와의 2회전 경기를 1시간 41분 만에 끝내고 경기장을 벗어났다. 그는 곧바로 얼음을 띄운 욕조로 달려가 몸을 식혔다.
 머리는 “햇빛이 비추면 무척 뜨겁다”며 “열기에 습기까지 더해지니 정말 최악”이라고 전했다.
 그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경기를 해봤지만 여긴 정말 덥다”며 혀를 내둘렀다. 남자 랭킹 223위인 제임스 덕워스(호주)는 17일 블라주 카브치치(93위·슬로베니아)와 5시간 동안 계속된 접전 끝에 2-3(6-3 3-6 4-6 7-6<3> 8-10)으로 패했다.
 그러나 그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카브치치의 상태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선 듯했다.
 서늘한 기후를 보이는 동유럽 출신의 카브치치는 찌는 듯한 무더위 때문에 통증에 시달려 경기 후 진통제를 맞아야 할 정도였다.
 덕워스는 “뛸 때마다 발밑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며 “그러나 카브치치는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선수들 못지않게 팬들도 더위와 고투를 펼치고 있다.
 관중은 모자와 선글라스는 물론이고 자외선 차단제로 중무장했다.
 윌리엄스 자매와 카밀라 조르지(이탈리아)-스테파니 푀겔레(스위스)의 여자복식 경기 도중에는 한 관중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팬이 쓰러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볕더위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내 안내 방송으로는 팬들에게 무더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대회조직위원회는 개폐식 지붕을 열어두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환기와 습도를 조절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회조직위원회가 선수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주오픈은 2009년에도 불볕더위 때문에 일부 팬들이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는 당시 폭염 때문에 컨디션 난조를 호소해 8강전에서 기권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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