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이 장난입니까?”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재판장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두 눈을 부릅뜨고 판결을 다 들은 후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고선 난동을 피운 것이다.
 교도관과 법정 경위가 즉시 피고인을 제압한 후 ‘진정하라’며 법정 밖으로 끌어내긴 했지만,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른 말 없이 “나가세요”라고 한 재판장은 잠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예정된 다른 사건 선고공판을 이어갔다.
 18일 오전 서울고법의 한 형사법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지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박모(42)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박씨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일 이후에도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검찰이 범행 방법과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는 인정하지 않는다. 징역 13년을 적정한 형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씨가 법정에서 난동을 부린 건 자신의 주장을 재판부가 조목조목 반박하자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씨는 2007~2008년 지인 A씨에게 1천200여만원을 투자받은 후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재촉하는 A씨를 땅에 파묻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은 박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언과 정황 증거만 있고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시신없는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박씨는 작년 7월 1심에서 누명을 썼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배심원들은 새벽까지 이어진 격론 끝에 유죄 의견을 모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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