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월드컵 16강의 숙제를 안고 한국에 온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의 지난 1년은 긴 실험속에 희망의 싹을 본 시간이었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올해 초 홍콩칼스버그컵을 시작으로 지난 9일 미국과의 평가전까지 약 1년을 보내는 동안 선진축구 주입과 그에 맞는 선수 선발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걸고 대표팀을 운영했다.

 우선 히딩크 감독은 한국팀의 수비전술을 선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0년간 대표팀이 운영해왔던 리베로시스템(최종수비수 1명을 수비라인 뒤에 배치하는 방식)을 과감히 포기한 채 수비수 3명 또는 4명이 일자로 늘어서는 수비시스템을 시도했다.

 초반 선수들은 대인방어 보다는 지능적인 지역수비를 요구하는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채 지난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과 8월 체코전에서 각각 0-5로무너지는 등 혹독한 적응기를 겪어야 했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체질개선 없이 16강은 불가능하다며 일자수비를 고집해온 히딩크 감독은 수비와 미드필드라인의 간격을 좁히는 작업을 꾸준히 실시하면서지난 10월 대구합숙훈련을 계기로 수비진의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송종국(부산), 유상철(가시와) 등 새롭게 떠오른 중앙수비요원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수비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지난달 세네갈,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과 이달 미국전에서 한층 나아진 면모를 보였다.

 이들 경기에서 수비수들이 과거처럼 패스 한방에 무너지는 장면을 좀처럼 보기힘들게 되면서 한국은 일자로 늘어선 수비수 3명을 중심으로 한 3-4-3시스템을 기본골격으로 굳힐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히딩크 감독은 9차례 선수단을 꾸리는 동안 50명이 넘는 선수들을 불러들이며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선진축구를 소화할 스피드와 체력에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능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을 팀에 가세시켰다.

 그 결과 히딩크체제 아래 송종국은 중앙수비와 미드필더를 자유자재로 맡을 수있는 전천후 요원으로 떠올랐고, 이천수(고려대)는 왼쪽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재목으로 부상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을용(부천)과 최태욱(안양)은 포지션을 넘나드는 테스트를 통해 새 포지션인 왼쪽 미드필더와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서 붙박이주전으로 뛰고 있으며 김남일(전남)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 히딩크감독은 다양한 공격루트를 확보하는 한편골결정력 부재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측면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 중앙에서의 창의적인 볼배급을 가능하게할 플레이메이커를 찾는 일과 다양한 세트플레이 개발을 통해 손쉬운 득점루트를 확보하는 일은 히딩크 감독이 앞으로 남은 5개월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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