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대원 시절 만난 소외아동...머리 깎아준 일 계기로 20년째

가위·빗 넣은 검은 배낭 메고 매주 어려운 이웃 찾아 이발봉사

‘가위천사’ 차영환 이발사

▲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려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을 20년째 펼치고 있는 이발사 차영환씨.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깔끔해진 머리를 거울에 비춰보며 웃는 모습이 제가 이발 봉사를 못 그만두게하는 이유인 것 같네요.”

울산 동구 현대호텔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차영환(56)씨는 매주 일요일 가위와 빗이 든 검정색 배낭을 들고 집을 나선다.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이발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흰색 메모지에 이번 주 찾을 집 주소를 적어두었다가 일요일마다 찾아나선다. 매주 10명씩 20년째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해온 봉사다.

“만원만 내면 이발관에서 머리를 깎을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겐 이 돈도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차씨는 1994년 남목파출소 방범대원으로 활동했다.

“우연히 부모가 없는 초등학생을 보게 됐죠. 마음이 쓰여 가위를 들고 다음날 머리를 깎아줬어요.” 차씨가 처음 이발봉사를 하게 된 계기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가 이발봉사를 한지 1년이 지나자 이발관으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발을 좀 해줄 수 있느냐는 어려운 이웃들의 요청이었다.

“전화까지 걸어와 도와달라는데 모른 척 할수 없었어요. 가진 기술을 믿고 찾아주는 주변 분들이 오히려 고마운 걸요.”

그는 가위를 놓을 때까지 이발 봉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차씨는 “다른 이발사들도 봉사에 동참해 좀더 많은 이웃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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