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지난 10월 "서울대학교 석조문화재 보존과학연구회"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해놓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바위벽면의 보호 뿐아니라 토목공학적 측면에서 주변환경에 대한 조사도 들어있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댐공학 전공자로서 다각적으로 연구한 결과 반구대 암각화를 물속에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한다.

 사연댐의 수몰지역내에 위치하고 있어 연중내내 물 속에 잠겼다가 가뭄 때만 물 밖으로 노출된다. 지난 20년 동안의 사연댐 수위기록을 살펴보면, 거의 매년 봄가뭄 때 2∼4개월 정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물 밖으로 노출되었다. 학계의 조사에 따르면 침수와 노출의 반복에 따른 기반암의 절리현상과 무분별한 탁본 행위 등에 의해 훼손정도가 심각하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에서 상류로 4.5km 떨어진 암벽에 위치하고 있고 사연댐은 만수위 60.0m, 저수용량 2,500만톤으로서 1일 10만∼13만톤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암각화 보존대책으로 토목공학적 관점에서 검토되고 있는 방안으로서는 첫째 사연댐과 대곡댐의 담수량을 조절하는 방법, 둘째 유로변경을 하여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 셋째 암각화 주변에 콘크리트 차수벽을 설치하여 침수를 방지하는 방법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첫째 방안은 사연댐 및 대곡댐의 담수량을 조절하여 암각화를 침수되지 않도록 하거나 아예 침수시켜 물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침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연댐의 수위를 51.4m까지 낮추어야 하는데, 이 경우 댐의 저수량이 650만톤에 불과하게되어 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대곡댐이 완공된다고 하더라도 두 댐으로부터 1일 22만톤(실제공급 18만톤)의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위해서는 대곡댐의 건설과 관계없이 사연댐의 수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암각화의 침수방지는 불가능하다.

 반면 전문가에 따르면 암각화의 장기 보존을 위해서는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는 것보다는 대곡댐과 사연댐의 담수량 조절을 통해 암각화를 댐속에 수장시키는 방법이 최선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곡댐이 완공되는 경우, 대곡댐의 물을 사연댐으로 적절히 흘려보내므로서 사연댐의 수위를 55.2m 이상으로 항상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암각화를 물 속에 잠기도록 할 수 있다.

 둘째, 유로변경에 의한 침수방지는 주변 지형여건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번째 방안에 대해 살펴보면, 암각화 주변에 콘크리트 차수벽을 설치하는 방안은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겠으나 차수벽 설치공사도중에 진동에 의한 암각화의 표면절리에 의한 훼손가능성이 높고, 설치후 유지관리의 어려움과 경관파괴 등의 부정적 요소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국보 147호인 천전리각석도 홍수시 일년에 수차례 물 속에 잠길 수 있고, 대곡댐이 완공되는 경우에 횟수는 다소 줄어들 수 있겠으나 큰 홍수시에는 댐 월류량의 유속이 댐 건설전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관계로, 천전리각석에 대한 영향이 가중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홍수의 발생횟수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적이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도로를 확장하고 인근에 대규모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은 적극 만류하고 싶다. 물 속에 잠겨있어 볼 수도 없는 암각화를 관광하도록 하기위해 굳이 바로 인근지역까지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주민의 편의를 위해 차량이 교행할 수 있도록 일부 구간의 보수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보다는 오히려 대곡댐 주변경관의 관광과 연계하여 진입로와 주차장부지 확보가 쉬운 천전리각석 부근에 전시관을 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현장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은 천전리각석~반구대 암각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도록 해야 한다. 수천년 동안 보존되어온 소중한 문화재가 맹목적인 개발로 급속히 훼손되어 가는 사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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