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철 한국소비자TV방송국자문위원장·울산대 명예교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에 이런 사람은 밥맛 떨어진다고 한다. 그 3위가 김치를 물에 씻어 먹는 여성이란다. 물론 비위가 약하거나 너무 짜서, 너무 매워서 입맛에 맞도록 그럴 수는 있지만 평소 가리지 않고 잘 먹던 여성이 미약해지는 의도적 속임수를 쓴다는 것은 너무 낯 간지러운 얄팍한 변신이다. 미약해지고자 하는 저의는 귀티나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속보인 행동은 그래도 꼴불견이다. 2위는 새끼 멸치 먹으면서 내장을 떼어내고 먹는 여성이란다. 전형적인 공주과의 모습이다. 주위의 관심을 유도할 수도 없는 허황된 장난에 불과한 우스운 짓이다. 그 중 가장 가관이자 와닿은 것은 역시 1위, 파전 먹으면서 파 빼 놓고 먹는 여성이란다. 쓸데없는 무모한 짓이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는 멍청 공주(?)과다. 파는 그렇게 빼 놓고 먹을 만큼 가치없는 것이 아니다.

파는 백년해로의 상징일 만큼 실속있는 재료이다. 실제 파를 잘 먹으면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해로할 확률이 높다. 파의 특이한 냄새와 맛은 그 성분이 황화알린인데 마늘, 부추, 양파 등에도 있는 성분이으로 살균력, 면역, 항암, 당뇨치료, 고혈압 예방에 좋은 신비스런 물질이다. 또 각종 비타민, 칼슘, 칼륨, 인, 철분 등이 많다는 것은 채소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다. 특히 비타민 A, C가 많다는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그런데 파는 어떻든 주인공이라기보다 조연이다. 그것은 음식조리시 양념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가 주연인 음식이 있다. 그게 바로 파전이다.

파전을 피자와 같은 형식의 음식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피자는 밀가루 반죽에 각종 치즈와 재료들을 올려 굽은 것이고 파전은 파에 각종 재료, 밀가루 등을 반죽하여 구운 것이다. 그러나 영양적 가치와 건강상의 평가는 판이하게 다르다. 피자는 ‘인스턴트 식품’ ‘다이어트의 적’으로 비만,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피자에 사용되는 각종 가짜불량치즈, 식용유 치즈, 수입 밀가루, 각종 불량 소스(드레싱) 등은 이미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영양학적 불균형과 입맛지향적인 피자의 두 얼굴 또한 칭찬받을 입장만은 아닌 것이다. 이에 반해 파전은 ‘건강웰빙식’으로 인식되어 오랜 역사속에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어느 누구도 파전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는다. 물론 건강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우선 임금 진상음식으로, 부역군의 새참음식으로 전해진 파전에는 5가지 기초식품군 재료들의 영양적 궁합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맛, 색, 모양 등 관능적 조화까지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맛 또한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고 자극적이거나 밋밋하지 않아 어떤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어울림성이 높은 저열량 다이어트음식이다.

일상은 피자같은 사람보다 파전같은 사람을 원한다. 겉보다 속을, 사치함보다 담백함을, 화려함보다 수수함을, 눈가림보다 정직함을, 가식보다 진실함을 더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이다. 진실에 귀 귀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송재철 한국소비자TV방송국자문위원장·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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