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울산지역의 유통업계는 롯데백화점의 개장과 맞물려 외국계 대형할인점의 잇단 진출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래유통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다 줬다.

 특히 소비자들에게는 양질의 유통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나 이들 업체들이 상권확보를 위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유통질서를 교란시키는 등의 부작용도 많았다.

 지난 1월 구 모드니백화점에 아울렛 매장인 "세이브 존"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월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울산점", 9월 중구 학성동 미국계 "월마트울산중앙점", 12월 영국 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울산점" 등이 속속 진출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울산지역 상권을 장악해 오던 현대백화점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삼산지역을 본격적인 울산유통의 메카지역으로 자리매김시켰다.

 그러나 롯데-현대백화점의 고객확보전이 치열하면서 4개월째 각종 명목으로 사은품 및 경품, 세일·할인행사 등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지난 4일 문을 연 홈플러스 울산점 등 지역 대형할인점업계마저 사은품, 가격파괴 등의 판촉전에 가세, 소비자들을 혼란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재래상권의 보루로 여겨져 온 중구지역에 올 하반기동안만 외국계 대형 할인점이 2개나 개점하면서 기존 대형 할인점과 본격적인 고객유치 경쟁에 돌입, 재래시장등 구시가지 상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실제로 울산소상공인지원센터가 최근 중구 성남동·옥교동 중심상권의 의류소매업·음식업 등 570여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현황 및 상권개발 방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부분인 88.1%가 지난 97년부터 현저한 매출감소에 직면해 과반수 이상이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권몰락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 울산시의 조사에서는 이같은 대형 유통업의 "제살깍기" 경쟁으로 지역내 40여곳의 재래시장과 상설 및 정기시장의 경영악화를 부채질해, 입주 점포의 절반가량인 45%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유통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는 올초부터 중·소 유통업체와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 특화사업 및 개·보수 시설개선자금 융자 등의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이 마저도 정부예산확보난과 채산성을 고려한 상인들이 선뜻 나서기를 꺼려 난항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중·소 유통업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지난 8월 대형 유통업체 셔틀버스 운행 금지 조치는 대중교통 수단의 정비가 되지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게 돼 오히려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재래시장과 영세 상가의 발걸음을 드물게 해 본래 취지를 무색케했다. 박은정기자 musou@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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