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인기관 탐방]2-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장애인이라고 특별한 공간에서 대접받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서 자유롭게 참여하며 함께 사는 것을 뜻한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자립센터)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의미를 짚어봤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사회통합이 전제되지 않는 한, 단순히 장애인 개인의 자립만으로는 진정한 자립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현정 소장은 “장애인의 자립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 전반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서는 무의미하다”면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모든 공간, 모든 조직에 장애인도 함께 있어야 한다. 1200원으로 환승까지 가능한 시내버스를 어느 정류장에서나 타고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우리사회 어느 건물이든 이동할 수 있고 모든 정보의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 구조적으로 장애인의 자립을 뒷받침해줄 만한 여건은 부족한 실정. 지난 4일 자립센터의 소개를 받아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는 뇌병변 1급인 신보미(36)씨를 만나봤다.

■ 보치아 금메달리스트 신보미씨
34년간의 복지시설 생활 접고
원룸서 ‘홀로서기’ 활동폭 넓혀
내달 자립지원 캠페인도 계획

■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교육 주거 역량강화 활동보조 등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장애인 자립·자활 지원 뒷받침

▲ 자립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홈’에서 거주하다가 울산시 남구 달동의 한 원룸에서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는 뇌병변 1급인 신보미씨.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보치아종목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금메달리스트 보미씨의 자립

보미씨는 지난 1월까지 자립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홈’에서 거주하다가 남구 달동의 한 원룸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함께 간 자립센터 김종훈 사업부장은 집들이 선물인 ‘두루마리 휴지’를 건넸다. 보미씨의 집은 1개의 방과 부엌, 화장실, 베란다로 구성된 단촐한 원룸이었지만, 환하고 깨끗한데다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인터뷰 내내 밝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보미씨는 “자립을 해서 다 좋다”고 말했다. 보미씨의 결정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해야 했던 보미씨는 34년 동안 3곳의 시설을 옮겨다녀야 했다. 시설의 일정대로 생활해야 했고, 떠나기 싫어도 시설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답답한 적이 많았다. 시설에서 한 방을 쓰는 장애인들이 전부 지적장애인들이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움을 느꼈다.

울산에 온 지 2년. 자립센터 자립홈에서 지내면서 돈을 모아 작은 방을 구해 세상 속으로 들어간 지 3개월. 보미씨는 자립을 꿈꾸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겁내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씩씩했다.

‘몸을 늘 움직여야 한다’는 보미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아침과 점심을 먹고 장애인체육관으로 직접 이동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10여분을 달리면 체육관에 도착한다. 보미씨는 체육관에서 보치아(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으며,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와 수영 등을 하며 오후 6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사실, 보미씨가 자립을 할 수 있었던 밑받침은 ‘보치아’ 덕분. 지난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보치아종목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보미씨는 일정한 수입원(연금) 덕택에 월세지만, 원룸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립센터 김종훈 사업부장은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보미씨는 롤모델과 같다”면서 “사실상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립을 하고 싶어도 거주지를 구하지 못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에게 직장생활 등 사회참여의 기회가 확대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구조적 시스템 뒷받침 돼야

사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서는 문 턱도 없고 복도도 매끄럽고 이동하기에 불편한 점이 없다. 자립을 해서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불과 2㎝도 되지 않는 ‘턱’과 ‘울퉁불퉁한 장애물’과 한참을 씨름하고 또 씨름해야 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스스로 장애인체육관까지 이동하는 보미씨도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다닌다. 인도의 장애물 때문이다. 음식점에 들어가서도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기란 어렵다.

활동보조인이 모두 간 뒤, 혼자 자야하는 것도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10월과 12월에는 혼자 살던 장애인과 장애인 남매 등이 화재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립센터 김종훈 부장은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이 밑받침되지 않는 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따르지만, 보미씨의 경우 자립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고 스스로 결정과 선택을 하려는 용기도 크다”고 밝혔다.

세상에 나와 어려움을 하나하나 바꿔 나가려는 장애인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있다.

보미씨는 지역에서 자립을 한 장애인 등 22명과 함께 ‘인바사(인식을 바꾸는 사람들)’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거리에서 장애인 자립과 인식개선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울산지역 내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토대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 주거, 역량강화, 활동보조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성인장애인을 대상으로 한글교육과 검정고시 등을 준비하는 ‘동그라미 장애인학교’와 장애인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서비스팀’, 실천적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자립생활지원팀’, 보조공학을 통한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편의증진팀’을 운영하고 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장애인 편의시설 인프라 외 편견 등 사회인식 개선 중요

■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종훈 사업부장

4일 만난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종훈 부장은 “작은 문턱이 비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장애인들은 힘겹게 올라가야 한다”며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생각하되, 생활에 있어서는 조금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 부장은 “장애인들은 집 밖을 나가서도 인도보다는 차도로 많이 다닌다. 차도가 훨씬 잘 닦여 있어서 휠체어가 다니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어서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설치와 제도마련에 대한 비장애인의 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설치 등 공공의 영역에는 세금 등이 쓰여지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김 부장은 “시설설치 등의 인프라 외에도 장애인 인식 개선 차원에서 비장애인의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장애인 이미지 자체가 불편한 사람이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고정적인 선입견을 탈피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동수기자 kds8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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