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의 초 완화 기조에서 비롯되는 채권시장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크본드(투기 채권)에 또다시 자금이 몰리고 주로 차환용인 아시아의 정크본드 발행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자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면했던 중국 부동산개발 채권까지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열기가 ‘시장 붕괴의 초기 조짐’이란 경고가 나오는 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선진국의 초 완화 기조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라는 비판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 미국 정크본드에 자금 다시 몰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0일 자에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정크본드 시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로존 성장에 대한 새로운 우려와 엔저 지속이 달러 자산 수요와 맞물리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미국 고수익률 시장 책임자 스테판 재거는 FT에 미국 정크본드 발행의 69%가 차환 용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크본드에 수요가 몰리면서 수익률도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한 예로 무디스에 의해 ‘투자 등급’보다 두 단계 낮은 Ba2를 부여받은 CNH 캐피털이 5년 만기 채권을 3.625% 금리로 발행, 6억 달러를 차입했음을 지적했다.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0.69%임을 재거는 상기시켰다.
 이런 수익률은 미국의 현 인플레인 2%를 크게 밑도는 점을 재거는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정크본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기 등급 미국 기업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비율도 지난 1분기 2.9%에 불과한 것으로 무디스는 집계했다.
 ◇ 아시아 정크본드 발행도 급증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0일 자에서 미국 자금이 아시아 채권에 몰리면서 역내 정크본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널이 인용한 EPFR 글로벌 분석에 의하면 미국 자금은 올해 들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채권을 1억 6천153만 달러 어치 순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1억 5천714만 달러 어치 순 매각한 것과 상반된다고 저널은 강조했다. 저널은 미국 펀드 매너저의 180도 선회라면서 심지어 지난해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고수익-고위험의 중국 부동산개발사 채권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 같은 유수의 펀드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저널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의해 투기 등급을 부여받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카이싸 그룹 홀딩스가 지난달 초 뉴욕에서 5억 5천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을 때 미국 자금이 25%가량인 모두 100억 달러가 몰린 점을 상기시켰다.
 역시 S&P에 의해 투기 등급을 부여받는 인도 통신회사 바하티 에어텔도 지난달 10년 만기 채권 10억 달러어치를 발행할 때 95억 달러가 몰렸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때도 미국 자금이 대거 포함됐다고 저널은 강조했다.
 저널은 중국 경제의 기대감이 아시아 정크본드 수요 증가의 큰 발판이라면서 급증하는 미국의 수요에 반해 고수익 아시아 채권 공급이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문분석기관 딜로직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10년 만기 정크본드 발행이 올 들어 53억 9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시장 붕괴 초기 조짐” 경고
 미국 댈러스 소재 헤지펀드 헤이먼 어드바이저스의 카일 바스 매니저는 9일 블룸버그 회견에서 일본은행의 과감한 추가 완화 조치에 대한 일본 국채 보유자들의 반응을 ‘시장 붕괴를 예고하는 첫 신호’라고 경고했다.
 바스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지난 5일 기록적으로 낮은 0.315%까지 떨어졌다가 일본은행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채권 매입을 발표한 다음 날 근 두 배 수준으로 치솟은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는 (채권시장) 존엄성으로부터의 첫 일탈”이라고 표현했다.
 바스는 “일본 국채 보유자들이 (실제는) 전율하면서도 (겉으로는) ’걱정하지 말라‘고 짐짓 태연한 척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이먼 어드바이저스는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시장 붕괴에 베팅해 5억 달러를 벌었음을 블룸버그는 상기시켰다.
 ◇ 연준 “완화 기조가 채권시장 왜곡하지 않았다”
 연준 산하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9일 발표한 시장개입 정책 분석 연례 보고서에서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지난해 채권시장을 왜곡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연준이 당시 6천670억 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보유 채권 만기 연장)를 실행하고 매월 400억 달러의 모기지 채권도 사들였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연준이 공개시장조작 창구(뉴욕 연방준비은행을 의미)에서 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했다”라면서 “이 정책이 시장 흐름에 심각한 충격을 주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준의 장기 초 완화 기조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서 7천630억 달러의 채권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 릭 라이더는 9일 자 FT 회견에서 “연준 정책이 실질적으로 모든 경제 분야에 대한 모든 자본 분배 결정을 왜곡시켜왔다”면서 이것이 “시장을 강타하는 거대하고 둔탁한 망치”라고 경고했다.
 FT는 10일 자에서도 블랙스톤과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가 채권 수익률이 기록적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이것이 고수익 채권 보유의 타당성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은 아님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크본드 발행의 상당 부분이 차입보다는 차환을 위한 것임을 상기시켰다.
 위험이 연장되는 악순환이란 경고다.
 연준 일각에서도 경기 부양이 너무 오래 이어지면 금융시장이 왜곡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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