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 때문에 영국, 특히 런던 경찰이 ‘초비상’ 상태다.
 대처 전 총리에게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한 요인들이 장례식장을 무사히 다녀갈 수 있도록 경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여왕이 전직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국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9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와 가디언 등 영국 신문들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부터 휴대전화 문자에 이르는 통신 수단에서 폭력행위를 모의하기 위한 내용이 오가는지 감시하고 있다.
 여러 단체들이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에 맞춰 항의 시위를 벌일 계획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폭력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대처 전 총리의 사망이 알려진 직후 런던 브릭스턴을 비롯해 리즈, 브리스톨, 리버풀, 글래스고 등 영국 각지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축하 파티’를 열겠다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영국 경찰은 2011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 직전 행했던 ‘사전 체포’ 전술을 다시 사용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왕실 결혼을 앞두고 소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된 수십 명을 체포했으나, 체포된 사람들 중 일부가 경찰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사전 체포’에 언론 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처 전 총리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경찰이 지나치게 장례식장 경비를 강화하거나 ‘사전 체포’같은 행동을 하면 오히려 그런 움직임이 폭력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찰의 다른 고민은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을 계기로 아일랜드 분리주의 세력이 테러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분리주의자들이 실제 행동에 나선다 해도 영국 본토보다는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영국 경찰의 판단이지만, 경찰 입장에서 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외국 인물들 중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국민당 당수 같은 사람들을 겨냥한 시위나 소요 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영국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고인에 대한 예의를 당부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정치적으로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이라도 특히 장례식 때에는 어느 정도 존경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출신인 마틴 맥기네스 북아일랜드 부장관은 대처 전 총리의 죽음이 “우리의 마음에 독을 풀게 해서는 안된다”며 “환영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은 오는 17일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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