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은행의 비밀주의를 제거해 탈세와 조세회피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은행 영업의 비밀주의가 탈세를 부추겨 국가재정을 부실하게 만든 것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금융 위기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EU 조세담당 집행위원실의 에메르 트라이노어 대변인은 EU 회원국 대부분이 은행 계좌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방안에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8일 밝혔다.
 그는 EU가 이미 탈세와 은행 비밀주의를 규제하는 강력하고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으며, 이런 기준에 대해 EU 27개 회원국 중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25개국이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세회피처로 지목되는 룩셈부르크는 최근 국제사회의 탈세 규제 움직임에 호응해 은행 영업의 비밀주의를 점진적으로 제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룩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은행 영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 조세 당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덴 장관은 국제적인 추세는 은행 간에 예금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룩셈부르크 은행들은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룩셈부르크 은행들은 세금을 절약하려는 고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재산을 숨긴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돼 탈세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표적인 조세회피 지역인 룩셈부르크가 선제적으로 은행 영업 비밀을 공개할 경우 다른 조세회피처의 은행 영업방식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반해 EU 역내 또 하나의 조세회피지역인 오스트리아는 기존 은행 영업 방식을 고수할 의사를 밝혔다.
 미하엘 스핀델레거 오스트리아 부총리는 은행의 비밀주의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스트리아는 조세회피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은행 비밀주의가 조세회피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핀델레거 부총리와 같은 우파 국민당 출신의 마리아 팩터 재무장관도 오스트리아인들은 예금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계좌 정보 교환으로 인한 과도한 정보 접근을 막을 권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EU 집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대부분의 EU 회원국이 자동 계좌정보 교환에 동의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스트리아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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