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마스터스를 시청하실 많은 국민의 성원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43)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꿈의 무대’ 마스터스를 앞두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언제나 그렇듯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11년 연속 마스터스에 출전해서인지 “한국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2004년 ‘아시아 최고기록’인 3위에 오른 그는 2010년엔 타이거 우즈(미국)와 나흘 내내 플레이하는 압박 속에서도 공동 4위를 했다.
 지난주 열린 텍사스 오픈에서 6위에 오른 것도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주는 1라운드에 잭 존슨(미국),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과 한 조에서 플레이한다. “마스터스는 다른 대회와 달리 누구랑 치느냐가 경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그는 “부담 느끼지 않고 게임을 즐기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경주와 일문일답.
 -- 이전과 달리 마스터스 직전 대회에 출전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 자기가 사는 곳(댈러스)에서 대회가 열리는데도 출전하지 않는다며 텍사스 팬들이 항상 불만이었다. 지난달 말 바뀐 새 캐디와 손발을 맞춰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 연습 라운드를 강하게 했는데 피곤하지 않은가.
 ▲ 당연히 피곤하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다. 사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약간 피곤한 것이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태다.
 -- 마음속으로 정한 목표가 있다면.
 ▲ 지난 2년 동안 너무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경기 전에 너무 진을 뺐고 그것이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 잡듯이 모든 것을 어떻게 다 해보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 존슨, 맥도웰과 한 조가 됐다.
 ▲ 셋이 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색깔이 다르다. 맥도웰은 속도가 빠르고 존슨은 느린 플레이어이다. 조 편성은 무난한 것 같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누구랑 치느냐가 경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골프장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모든 선수가 특유의 분위기에 젖고 그것이 곧 셋업이다.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스터스 출전이 11번째, 그것도 연속이다.
 ▲ 클럽하우스 주방에 있는 사람도 안 바뀌고 어딜 가나 내가 아는 사람 그대로더라. 결국 자기 게임을 얼마나 신중하게 잘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샷과 몸에 대한 믿음이 부정적이지만 않으면 충분히 자기 게임을 해나갈 수 있는 곳이다. 모든 것이 친근하다. 자기가 쳐야 할 곳, 보내지 말아야 할 곳이 확실하게 구분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곳보다 훨씬 낫다.
 -- 지난주 성적이 근래 들어 가장 좋았다.
 ▲ 나는 4, 5월이 되면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6위라면 최근에 제일 좋은 성적이고, 이런 것들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는 건재하다’라는 자신감을 준다. 젊은 친구들과 붙어도 아직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메이저 타이틀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는.
 ▲ 나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생각하지만 공식 메이저는 마스터스다. 우승하면 좋겠지만 그동안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거기에 부대낀 게 사실이다. 그저 자만하지 않고 평소 모습 그대로를 실전에 우려내자는 생각만 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 기술적으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 마스터스는 쇼트게임을 잘해야 한다. 티샷도 물론 중요하나 페어웨이가 넓기 때문에 아이언 두 번째 샷을 누가 더 퍼팅을 잘할 수 있는 곳에 갖다놓느냐, 그린을 놓치고 다음 샷을 어떻게 홀 근처에 잘 붙이느냐,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 빠른 그린에 대응은.
 ▲ 마스터스 그린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결국 내 게임을 내가 얼마나 즐기면서 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이번엔 최대한 즐길 것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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