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카드ㆍ할부금융사의 대출금리와 할부금리 체계를 표준화해 금리 인하를 유도한다.
 금리 산정의 바탕이 되는 회원등급 책정 방식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업계 공통의 신용등급 도입도 신중히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일 카드·할부금융사의 금리 산정과 신용등급 평가 체계를 개편하고 금리 비교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상반기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최근 업계, 학계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카드·할부금융사는 저마다 고객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회원등급을 매겨 대출금리를 정한다. 그런데 회원등급(신용등급) 체계가 6~12개로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부당하게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해도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체계를 개편함으로써 대출금리 합리화를 유도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불합리한 금융 관행‘을 없애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합리화’ 대상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을 비롯해 리볼빙(revolving·대출금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상환을 유예하는 상품)과 할부 등 카드·할부금융사가 취급하는 거의 모든 사업이다.
 현금서비스는 연 24~28%, 카드론은 16~20%, 리볼빙은 22~30%, 할부(무이자 제외)는 14~18%로 금리가 비교적 높을 뿐 아니라 회사별로 차이가 크다. 카드대출 시장은 지난해 현금서비스 75조원, 카드론 24조7천억원으로 99조7천억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체나 사채업자가 아닌 이상 대출금리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며 “카드사들도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TF는 금리 산정에 직결되는 신용등급 체계 개편안도 만든다. 신규 고객에 적용되는 ‘신청평점시스템(ASS·Application Scoring System)’과 기존 고객에 적용되는 ‘행동평점시스템(BSS·Behavior Scoring System)’이 개편 대상이다.
 ASS에는 가입 당시 제출하는 기본정보와 개인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주로 반영된다. 그러나 거래 행태를 카드·할부금융사가 일방적으로 판단해 수시로 바꾸는 BSS는 자의적인데다 ‘기업 노하우’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같은 사람이 대출을 받아도 서로 다른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카드·할부금융사가 자체 신용등급표를 바탕으로 금리를 정하는데, 이게 과연 적정한 수준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TF에서는 업계 공통의 신용등급 산정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지나치게 획일화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데다 회사의 영업 기밀이 알려지게 될 우려도 있어 신중하게 논의할 방침이다.
 2010년 한 차례 바뀐 대출금리 공시 시스템도 다시 바꾼다. 현재 회원등급 분포와 적용 금리대별 회원 분포를 공시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어느 회사의 대출금리가 더 낮은지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비교공시만 제대로 돼도 카드·할부금융사 사이에 경쟁이 촉진돼 당국이 나서지 않아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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