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정의 식탁이 빠른 속도로 부실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국가정보포털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식료품ㆍ비주류음료 구입비는 가구당 월평균 31만668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34만1천472원에 비해 9.0% 줄어든 금액이다.
 개별 항목별로는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생선과 과일, 해조류 등의 소비가 급감한 반면 햄과 베이컨 등 육류가공품과 빵, 과자류 소비는 급증했다.
 어패류 등 신선수산동물 소비는 2004년 이후 가구당 월평균 2만8천원선 내외를 오갔지만 2008년 2만7천685원을 기점으로 급감해 2012년에는 1만9천140원으로 30.9%나 쪼그라들었다.
 염건수산동물과 기타수산동물가공품 소비도 같은 기간 각각 19.8%와 11.0%씩 감소했다.
 특히 증가세를 보이던 과일 및 과일가공품 소비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08년 가구당 월평균 4만1천538원에서 2012년 3만4천431원으로 17.1% 줄었다.
 반대로 감소세이던 당류 및 과자류 소비는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다.
 가정에서 작년 한 해간 과자 등을 사는데 쓴 비용은 월평균 2만2천989원으로 2008년 2만263원보다 13.5% 늘었다.
 육류가공품도 마찬가지로 상승 반전해 같은 기간 소비량이 31.6%나 늘었다.
 반면 신선한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육류를 사는데 지출한 비용은 2008년 월평균 4만6천238원에서 2012년 4만7천967원으로 3.7% 증가하는데 그쳤다.
 빵 및 떡류 소비는 15.3%, 커피 및 차 소비는 24.8% 증가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이 기간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358만7천209원에서 383만5천255원으로 6.9% 늘었다”면서 “소득보다는 경기침체에 소비심리가 더 많이 위축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체 소득은 늘었지만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대부분 가구의 소득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팀장은 “결국 가계소득 감소가 반영된 결과”라며 “예컨대 비싼 쌀 대신 라면을 사는 식으로 소비의 중심이 정상재에서 열등재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공식품 업체가 대부분인 음식료품 관련 상장사들이 대체로 좋은 실적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변화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증권시장의 음식료품 지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말 1,500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경기방어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꾸준히 상승해 이달 9일 종가 기준 4,129.76까지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최고점인 2007년 11월 1일 3,347.38보다 80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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