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지역 교육계의 뿌리깊은 뇌물관행이 이번 검찰 수사로 마침내 그 본체를 드러냈다. 이들에게 자식을 맡겨둔 학부모들로서는 설마하며 믿고싶지 않았겠지만 소문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드러났다.

 뇌물수수와 착복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동구 S초등학교 장모 교장은 우산꽂이 및 놀이시설 납품, 책상상판 및 교실 출입문 교체공사 등의 발주대가로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1천850만원을, N초등학교 천모 교장은 동구 B초등교장 재직중이던 지난해 4월부터 씨름장설치, 조경, 학교도색 등의 공사에서 1천160만원을 각각 수뢰했다.

 S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중구 W초등교장 재직시 멀티미디어실의 학생용 PC테이블 및 기자재, 실물화상기 구입과 전산망 구축, 교육과정 인쇄 등에서 930여만원을 받아챙겼다.

 중구 D여중의 박모 행정실장은 자연학습장 설치, 화장실 보수, 스탠드 차양막 설치 등 11건의 공사를 발주하면서 99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천69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강남교육청 강모 관리계장은 각 학교에 대한 예산배정 대가로 지난 2000년 9월부터 1년 동안 6개교 행정실장으로부터 960만원을 받는 등 그 위에 군림해왔다.

 이들은 학교에서 발주하는 공사나 납품은 한건도 빼놓지 않고 뇌물로 연결시켜 꼼꼼하게 받아챙겼다. 뇌물금액도 한번에 30~4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사람에 따라 또는 공사금액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가장 중시한 것은 공사 또는 납품금액의 10%를 뇌물로 제공하는 관행이 뿌리깊이 박혀있고 교장 등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

 천교장의 경우 공사계약에 직접 관여하며 업자에게 뇌물액수와 착복방법 등을 제시하고 이를 수락하는 경우에만 공사를 맡겨왔다.

 장교장은 뇌물로 받기로 한 10%가 생각보다 적자 견적서를 부풀려 새로 제출토록 했으며, W초등 김모 행정실장은 업자가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약속한 800만원을 주기 어렵다고 말하자 송금즉시 사무실을 찾아가 받아오기도 했다.

 D여중 박실장은 납품사실이 없는데도 허위견적서와 영수증을 만들어 300만원의 학교예산을 빼돌리는 등 마음대로 예산을 주물렀다.

 이 가운데 일부 교장과 행정실장은 신규 교장 승진자와 행정실장 발령자들에게 공사업체 대표와 접촉하는 방법, 뇌물수수 방법 등을 조언해준 것으로 조사돼 뇌물관행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는 입찰에 붙이도록 돼 있으나 이를 여러개의 소액공사로 쪼개 수의계약을 하는 위법행위도 만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부 정연준 부장검사는 "10% 뇌물관행, 허위견적서를 통한 국가예산 착복, 상납관행 등을 감안할 때 울산교육계에는 앞으로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울산광역시 교육청은 7일 즉각 비리근절대책반을 가동하면서 조만간 부패방지 실천결의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교육청은 많은 선량한 교직원들과 학부모들의 원성을 가라앉히고 추락한 교육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강력한 비리근절대책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나 이번 사건의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각계의 따가운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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