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비올라/Kim Kashkashian, 피아노/Robert Levin

제작:ECM

바이올린처럼 튀지도 화려하지도, 첼로처럼 묵직하지도 않은 악기. 크기도 그렇다. 작지도 크지도 않다. 그래서 늘 중간소리 담당이고 어찌보면 이렇게 개성이 없는 악기로 취급되어 많은 작곡가들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악기가 바로 비올라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브람스(1833~1897)의 비올라 소나타를 한번쯤 들어보고는 이런 얘기를 쏙 집어넣을 수 밖에 없다.

 브람스는 만년에 친구 뮐펠트(1856~1907)의 클라리넷 소리에 반해 두개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썼다. 나이들어 노쇠해지던 브람스는 친구에게서 새로운 창작의욕을 얻은 셈이다. 이 두 소나타를 완성하고 다음해 브람스는 뮐펠트와 함께 라이프치히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당대의 비올리스트 요하임은 이 곡을 듣고는 비올라에 상당히 적합하다는 충고를 했고 브람스는 이를 받아들여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로 편곡했다.

 이렇게 어렵게 탄생한 곡이 브람스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이다. 사실 클라리넷과 비올라는 관악기와 현악기에서 태어난 사촌지간이라고 할까. 사촌형제에서 느껴지는 묘한 비슷함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이쯤되면 남의 충고를 절대로 하찮게 여길 수 없다는 교훈도 얻는다.

 따스하고 정감어린 E"장조의 시작도 그렇고 고뇌와 우수에 차있는 f단조의 시작은 비올라의 음색과 합일의 경지 그 자체이다. 그렇다고 클라리넷과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욱 잘 어울린다. 게다가 피아노와의 관계는 어떤 음악보다고 논리적이며 치밀한 대화형식을 갖고 있다.

 이 음반을 클라리넷 곡과 비교하며 듣는 일은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쓸쓸한 늦가을의 정서와 가장 닮았다는 브람스를 들으며 무슨 색깔의 옷을 입고 브람스의 곡을 연주할 지 고민해봐야겠다. 김현주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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