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인기관 탐방-3 .울산시장애인문화센터

전국 첫 장애인 전용 문화센터
연극 풍물 요가 컴퓨터 미술 등
20여개 프로그램 530여명 이용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 중 하나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연극공연
수혜자에서 문화제공자 변신도

지난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문화 및 여가활동으로 ‘TV시청’이 전체의 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해외여행’은 4.1%로 조사돼 문화와 여가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울산시장애인문화센터에서 풍물교실 수업을 듣는 장애인들이 영남사물을 연주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더 안타까운 것은 향후 참여하고 싶은 영역에 대한 응답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영역에 대해 ‘없음’이라고 답한 장애인이 61.7%로 가장 높았다. 문화예술 교육은 13.1%, 직업능력 향상교육은 9.7%로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이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우 문화예술 영역이 훨씬 욕구가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출 등이 어려운 장애인의 문화생활을 돕기 위해 울산에서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문화 전용센터가 운영 중이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회장 정진수)에서는 장애인 문화활동공간인 울산시장애인문화센터(이하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센터는 울산에 거주하는 장애인이면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어 ‘문화소통과 정보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

지난 11일 문화센터 지하의 다목적실. 풍물교실반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신장장애인 등 7명은 오는 18일 종하체육관에서 열릴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식전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사인 정금숙씨의 신호에 맞춰 흥겨운 사물놀이가 펼쳐졌다. 북과 꽹과리, 장구, 징 등을 앞에 두고 장애인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 시작했다. 영남사물가락이 문화센터 전체로 울려퍼졌다.

이날 장애인 참가자들은 길게는 3~4년, 짧게는 1년 정도 사물놀이를 연습한 ‘실력자’들이다.

정 대표는 “연습도 잘하고 호흡도 잘 맞아서 강사인 내가 없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풍물교실 수업이긴 하지만, 이들은 ‘들풀패’로 통한다.

상쇠를 잡고 있는 김막래(여·61·남구 달동)씨는 “들에 핀 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들풀처럼 우리도 강해지자는 의미에서 들풀패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밝혔다.

신장장애인인 김씨는 신장을 이식받은 뒤, 요가와 등산, 사물놀이까지 활발하게 문화활동을 하고 있다. 신장을 이식 받기 전에는 일주일에 3번씩 한 번에 4~5시간씩 투석을 받아야만 했다.

김씨는 “투석을 하면 힘이 빠져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면서 “들풀패에서 아직까지 투석을 하는 사람이 4명이 있지만, 다들 힘든 것을 이겨내고 똘똘뭉쳐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면서 “이렇게 모여서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문화센터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센터에는 연극교실과 풍물교실, 요가교실, 컴퓨터 교실, 미술, 오카리나, 한지공예 등 20여개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530여명의 장애인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 도서관과 노래방, 당구장, 탁구장, 영상실 등이 마련돼있다.

◇장애인이 문화제공자로 탈바꿈

수혜자인 장애인이 직접 문화제공자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에서는 장애인식개선사업의 하나로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연극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극 무대의 주인공은 모두 장애인들이다.

지난해에는 10명의 장애인들이 1년간의 연습을 거쳐 연극 ‘굿닥터’를 무대에 올렸다. 남외중학교와 울산양육원, 천곡초등학교에서 열띤 공연을 펼쳤다.

올해는 연극 ‘커라와 림보’가 무대에 오른다. 오는 25일 오후 1시 농소초등학교를 시작으로 5월7일 격동초등학교, 5월10일 삼일초등학교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감동적인 무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면서 “연극을 통해 배우인 장애인들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었으면 하고, 관객들은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기를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주고 힘찬 박수를 보내달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울산시장애인문화센터 풍물교실 강사
   정금숙(소리랑국악교실 대표)씨

“눈높이맞춰 신명나는 수업 울산국악대회 출전이 목표”

 

 

이날 ‘들풀패’의 강의를 맡은 정금숙(49)대표는 북과 징 등을 들고 앉아 있는 6명의 장애인을 보면서 호흡을 맞췄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타인에게 자신을 맞춰 조화를 이뤘다.

정 대표는 장애인문화센터가 반구동에 생긴 이후 4년여 동안 신체·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물놀이 수업을 하고 있다. 그는 “첫 수업이 있는 날에는 장애인들과 어떻게 수업을 해야할지 막막해 많이 걱정했다”며 “한명한명 얼굴을 마주하면서 수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비장애인과 다를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장애인과 교감하는 노하우도 생기고,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가는 기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7년전 한화회사내 사물놀이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호계 꿈나무어린이집 봉사활동을 간 것이 장애인을 가르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일주일에 6시간 이상 장애인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무조건 가르치려기보다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을 그리거나, 신나게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면 장애인들도 거부감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 장구 등 악기가 부족해 수업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힘 조절이 어려워 장구가 찢어지거나 채가 부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파손이 돼도 예산이 부족해 전부 교환해 주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 문화센터 신체장애인들은 본인의 악기를 챙겨와 수업을 하고 있다. 지적 장애인 같은 경우 지원되는 악기가 모자라 신체장애인 악기를 빌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악기같은 경우는 최대한 신체장애인들의 개인소유 악기를 빌려 수업을 하고 있다”며 “교육공간같은 경우도 열악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구 복산2동에 소리랑국악교실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체장애인과 팀을 이뤄 울산국악대회(비장애인 대회)에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정 대표는 “풍물놀이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악기가 한데 어울려 신명나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온다”며 “이처럼 우리 사회도 장애인, 비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만큼 차별없이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수기자 kds8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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