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고3 수험생과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 함께 고3병을 앓는다고 한다. 더구나 올해는 유래없는 수능점수 폭락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고3의 25.7%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가 알려져 있다. 성적부진에 대한 고민과 입시 스트레스 등으로 시달리다 우울증 걸려 급기야 투신,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등 입시 스트레스, 성적고민, 고3병과 같은 청소년의 정신건강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고3병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안과 긴장의 반복으로 학습능력을 저하시키는 증세로 볼 수 있다. 원인은 시험불안(실패에 대한 예기불안), 진로선택 갈등, 불안한 가정환경(부모갈등), 부모의 지나친 기대욕구, 성격적 취약성, 가족간 의사소통 결여 등을 들 수 있으며 출세지향적, 학벌우선 등 입시와 연관된 독특한 우리문화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증상으로는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 대개 불안 긴장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증상, 집중감퇴, 학습부진, 강박증, 불면증, 우울증, 식욕부진,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소화불량, 변비, 운동부족과 과식에 의한 비만이 나타난다. 그밖에도 두통, 안구통증이나 시력장애, 목이나 허리의 통증, 여드름이나 지루성피부염 등 스트레스 관련 피부질환, 월경통이나 월경불순, 치아건강 문제 등도 동반할 수 있다. 넓게 보면 등교거부, 가출, 약물중독, 자살 등의 문제와도 연관이 된다.

 우리사회에서 시험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살아가는데 겪는 한 과정일 뿐이다. 시험성적표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생에 필요한 바탕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 이러한 바탕은 지식의 섭렵과 성과(시험성적)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개발하고 경험을 쌓아가는 일이다.

 시험을 치르고 난 후에 무작정 놀 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 부족한 자신을 개발해 나가는 수험생 자신의 노력과 주변사람들(부모, 형제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권학수 동강병원 소아청소년 클리닉 정신과전문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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