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인기관 탐방] 4. 어울림복지재단

울산 지적·자폐성 장애인 시설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 ‘복지사각’

전문적 치료·재활서비스 제공할
전용 복지관 건립 추진단 구성

2014년까지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건립비용 모금 다양한 활동 전개

[경상일보=박혜진 기자]  1980~1990년대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서비스는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중앙의 정책이 지역에 이관되기 시작했다. 특히 사회복지분야 사업과 예산의 지방이양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장점도 있지만, 지역별·지차제별 예산 상황과 자치단체장의 성향 등에 따라 장애인 복지 수준, 인프라의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 울산지역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관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울산까지 희망걷기 행사를 펼쳤다. 사진은 울산에 도착한 행진단과 희망걷기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수십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장애인복지관 건립과 같은 사업은 지자체 입장에서도 재정적인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3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운영되고 있는 울산에서도 추가적인 장애인복지관 건립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구와 울주군의 장애인종합복지관과 남구의 시각장애인복지관 외에도 동구에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건립 중에 있다. 또 지역사회에서 먼저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울산장애인복지센터와 북구종합사회복지관, 북구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어울림복지재단에서는 지난해부터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중심으로 하는 장애인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역사회가 인정하는 복지관

울산의 등록된 장애인은 4만9000여명,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3652명. 울산의 장애인복지관 중에서도 지적·자폐성 장애인 서비스 기관은 부족한 실정이다.

사회복지법인 어울림복지재단(이사장 윤운룡)에서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2월 ‘울산지역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복지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건립추진위·추진단장 박기석)’를 구성했다.

건립추진위측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재활시설인 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센터 등 20여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시설이다보니 단순보호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지적·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보호, 재활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지역장애인보다 서비스기관이 적다보니 시설마다 이용을 기다리는 대기장애인이 많다”고 밝혔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중점으로 복지관 건립을 진행하고 있지만, 건립추진위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방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다. 

▲ 지난 4월15일 서울과 수원, 대전 등을 거쳐 경북 칠곡에 도착한 행진단의 모습.

박기석 단장은 “장애인복지관은 단순히 장애인이 생활하는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곳이 돼야 한다”며 “지역사회는 장애인복지관을 인정하고,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지역사회를 통해 문을 열고 터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등에서 나서서 장애인복지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아 건립추진위가 나서게 됐다”면서 “울산에서 추가적인 장애인복지관의 건립이 실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립추진위의 울산 지적·자폐성장애인복지관 건립사업 목표는 1단계 건립비(부지)조성, 2단계 복지관 건립, 3단계 복지관 서비스제공 등이다.

지난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울산 시민들 대상으로 1단계 건립비(부지)조성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주)현대자동차 노조의 3년 동안 월급에서 1000원씩 기부하는 ‘천원의 행복’ 기부사업, 울산지역 기업과 후원자들의 ‘희망터 한평후원하기’ 기금사업등 다양한 기금조성사업을 펼쳐왔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500㎞ 희망걷기

건립추진위는 지난 4월1일부터 20일까지 울산의 지적·자폐성장애인복지관 건립을 위해 ‘희망, 도전, 사랑 함께걸음: 서울에서 울산까지 희망 걷기’를 행사를 실시했다.

장애인과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행진단은 서울과 수원, 세종, 대전, 김천, 대구를 울산에 도착했다. 500㎞를 19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완주기념식이 열린 울산에서는 태화동~중앙동 6㎞에 150여명에 이르는 울산시민이 함께 참가했다. 전국적으로 272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행진단에 동참했다. 행진단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1㎞당 1000원인 장애인복지관 건립기금을 후원해 4만43㎞가 신청되기도 했다.

박 단장은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왔지만, 즐거운 행진이었다”면서 “구간별로 행진에 동참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머리로 생각했다면 쉽사리 참여할 수 없었던 행사였을 것인데, 가슴에서 나온 열정으로 함께 걸어줬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지적·자폐성 장애인복지관 건립추진단 - 박기석 단장

“지역사회와 이어줄 연결고리 장애인복지관 건립에 관심을”

22일 울산시 북구 호계동 어울림복지재단에서 만난 박기석 지적·자폐성 장애인복지관 건립추진단장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박 단장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복지관 설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5명의 동행인을 이끌고 4월1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울산까지 19구간 500㎞를 걸었다. 그의 얼굴은 걷기행진의 마침표를 찍은 아름다운 흔적이었다.

박 단장은 20일 동안 힘든 행진이 아닌 즐거운 행진을 했다고 전했다. 장애인, 비장애인들은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 그들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머리가 아닌 마음의 열정으로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묵묵히 걸었다.

그가 ‘길’을 선택한 것은 ‘소통’ 때문이다. 울산시민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 복지가 처한 현실을 알려주는 데 목적이 있었다. 또 장애인 복지관이 단순히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었다.

이들의 행진에 전국에 있는 대학생과 사회복지사들이 공감하고 참여했다. ‘소통’의 연장선인 것이다. 행진에는 전국의 27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행진단이 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느낀 많은 것들은 SNS인 페이스북과 어울림복지재단 홈페이지에 고스란히 녹여져있다.

그는 “장애인복지관은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 속에 있어야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장애인 또한 비장애인을 이해하며 살아가야 한다. 장애인복지관은 지역사회와 장애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의 관심과 동의’는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는 데 든든한 토대다. 또한 장애인시설 기피 현상과 불편함을 극복해내는 동력이기도 하다.

박 단장은 “즐거운 행진은 종료됐지만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지적·자폐성 장애인복지관 건립에 울산시민들이 많은 참여와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혜진기자 hj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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