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올해초 "처용"을 소재로한 새로운 공연물을 만들어 울산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힘으로써 울산지역 문화계의 관심을 끌었다.

 울산시는 "울산을 상징할 수 있는 공연작품을 창작하여 2002년 월드컵 문화행사의 하나로 내년 5월 첫 공연하고 이후 울산의 대표성과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으로 계속 육성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올들어 곧바로 추진된 이 사업은 대본 공모 실패로 잠시 정체되었으나 하반기 들어 장르를 뮤지컬로 확정하고 지난 9월 우리나라의 대표적 연출가인 임영웅씨에게 연출과 극작, 작곡, 캐스팅 등의 작품제작의 권한을 위임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극작가로 선임된 차범석씨가 시놉시스를 내놓았고 무대미술에는 명성황후의 무대를 맡았던 박동우씨, 안무는 세종대 최청자교수 등으로 스태프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스태프들은 오는 7일께 울산을 방문을 관련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경과를 알리고 처용과 관련된 울산지역 유적지를 돌아본 뒤 서울에서 합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은 심완구 울산시장이 지난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개막작품으로 총체극 〈처용〉이 공연되는 것을 본 뒤 처용의 탄생설화를 가진 울산에서도 이같은 공연물을 만들어야겠다는 구상을 하면서 시작됐다.

 울산시는 올해 1월 국비 5천만원과 시비 1억5천만원으로 2억원의 예산을 마련하고 "처용"을 소재로 선택한 뒤 3월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본을 공모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공연형식은 마당놀이, 오페라,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5월 응모작을 마감한 결과 5편이 접수돼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 심사를 실시했으나 "향후 지속적인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창작물을 만들기에는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하여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공모를 통한 방법 대신 전문연출가를 선임해서 작품제작 전반을 맡기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고 장르를 뮤지컬로 확정했다. 뮤지컬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울산시는 연출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연출가로 꼽히는 임영웅씨를 선임했고 임씨는 곧바로 극작가 차범석씨를 작가로 선임했다.

 그러나 시의원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내년 5월 공연을 위해서는 시일이 촉박해서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지역 연극계에서는 시립극단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서는 온전한 울산의 문화상품이라 할 수가 없다며 시립극단 설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따라 울산시는 지난 9월 연출가와 극작가로 선임된 임영웅·차범석씨와 울산시의원·기자들의 간담회를 주선해 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 연출가는 "시일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시가 직접 나서 공연물을 만든다는 취지를 높이 평가해 40, 50여년간 쌓아온 명예를 걸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연극인들의 조그만 반발이라도 있다면 즉각적으로 이 일을 그만둘 것"이며 "울산시민을 가능한 많이 참여시킬 뿐 아니라 시립극단 설립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우려를 무마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뮤지컬 〈처용〉 제작 전에 시립극단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2년 5월 초연과 10월 처용문화제 기간 공연, 11월 서울공연까지 5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2003년부터 연도별로 매년 1억원을 추가하여 2005년까지 8억원을 들여 완성도를 높인 후 울산예술인들만으로 공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시립극단과 국악단의 창단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뮤지컬 〈처용〉의 출연진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 선임하며 시립예술단(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을 최대한 참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오디션에서 울산지역 연극인의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만 사실상 지역 연극배우 가운데 연기와 춤, 노래까지 가능해야하는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몇 안되기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