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통로
한반도 긴장 완화할 유일한 방법은
북한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

▲ 유종선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새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두 달을 광풍처럼 몰아친 북한 발 전쟁위기는 결국 개성공단 폐쇄, 남북한간 적대감의 심화라는 안타까운 결과만을 남긴 채 일단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4월 15일)을 전후하여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우려했던 북한의 또 다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결국 없었다. 한미 연례 합동군사훈련도 끝났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북한이 한반도를 군사적 긴장상태로 몰고 갈 명분은 없어 보인다.

이번 사태로 그 동안 남북화해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정말 뜻밖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작년 학생들과 함께 판문점으로 안보견학을 갔을 때 어렴풋이 보이는 대규모 개성공단과 힘차게 뻗은 공단 연결 고속도로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그 때는 순진하게도 ‘아, 조금만 더 노력하면 통일도 멀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번 사태는 북한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좀 더 노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에서 우리 국민이 인질로 잡히면 특공대를 보내 구출하겠다는 국방 책임자의 발언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이 발언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사태가 악화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혹자는 개성공단 때문에 북한에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 소중히 가꿔 온 남북화해의 싹을 이렇게 하루아침에 잘라 버리는 것은 남북 모두에 손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이익될 일은 없어 보인다. 어떻게든 개성공단은 다시 가동되어 남북한간에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화해와 협력의 통로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돌이켜 보면 결국 우리가 그 동안 북한의 공갈성 위협에 정신없이 놀아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생각이다. 필자가 알기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사실이라 쳐도 이를 미사일에 탑재해서 발사할 능력은 아직 없다고 하는 것이 서방 정보당국들의 일치된 견해다. 객관적 상황으로 보아도 정말 자살의 결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북한 정권이 전면적인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본다. 최근 북한을 탈출해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어떤 사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며칠 전 신문, 그것도 한 보수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마 정부에서도 이 정도 판단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아무리 험한 말로 떠들어도 맞대응하지 말고 제풀에 꺾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태도가 아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다시 불러내는 것 외에는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상호 불신과 적대감만을 증폭시킬 뿐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이라는 새 정부의 목표도 일단 어느 정도 분위기가 성숙되어야지, 지금 상황에서는 추진이 불가능해 보인다. 두 번째로 주변국들, 특히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싫든 좋든 한반도 문제는 중국이 어느 정도 동의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풀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아직도 북한을 군사, 정치적으로 압박해서 스스로 두 손 들고 나오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더 반발하고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행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도 적당한 시점에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대북정책 방향을 다시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남북관계는 일단 더 악화되지만 않도록 잘 관리하고 중국, 미국과의 외교적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데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어떻게든 개성공단만은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기 바란다.

유종선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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