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컬처스쿨 ‘하늘에 길을 묻다’
박석재 전 한국천문연구원장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전 원장이 20일 CK 아트홀에서 열린 경상일보 제3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하늘에 길을 묻다’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달에는 토끼와 두꺼비가 있고, 화투에는 해와 달이 나옵니다. 또 고구려의 무덤에는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도 나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렇게 우주를 관찰하고 이를 우리의 문화 속에 녹여냈습니다.”

20일 오후 7시 울산시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열린 경상일보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는 박석재 전 한국천문연구원장이 나와 ‘하늘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박 전 원장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스며들어 있는 우주를 찾아내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우주를 이해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우리 조상들은 고구려 무덤 등에 삼족오를 그려넣어 해를 상징했으며 현대에 와서는 1만원권 지폐의 앞뒷면에 우주와 관련된 그림들을 넣어 우주에 대한 한국민의 정서를 나타냈다.

우선 1만원권 지폐 앞면에는 경복궁 근정전 옥좌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를 그려넣어 해와 달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냈다.

또 뒷면에는 옛날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던 천문관측기 ‘혼천의’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 등이 들어가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태조 4년(1395)에 고구려 시대 평양에서 각석한 천문도 비석의 탁본을 바탕으로 돌에 새긴 천문도를 말한다. 국보 제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천(全天) 천문도 가운데 하나로,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유산이며, 세계적인 보물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란 하늘의 모습 ‘천상’을 ‘차’와 ‘분야’에 따라 벌려놓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란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말하고, ‘분야’란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눠 지상의 해당지역과 대응시킨 것을 뜻한다. 이 지도에는 북두칠성 등 거의 모든 별자리가 다 표시돼 있다.

박 전 원장은 “태극기는 세계에서 유일한 ‘우주론 국기’이며 개천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국경일이다. 또 애국가 중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은 하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요즘 우리 국민들은 한 마디로 ‘하늘을 잊은 하늘의 자손’이라고 할만큼 우주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외국의 경우 많은 명품이 우주를 브랜드로 하고 있고, 우주를 주제로 하는 영화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우주음악, 우주미술, 우주영화, 우주공원 등이 없는 나라”라며 “대한민국은 하늘을 숭앙하는 선민사상을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주를 알면 문화도 창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석재 전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 천문학과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했으며,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초대회장, 한국천문학회 교육홍보분과위원장, 한국천문연구원 3~4대 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원리>(2003), <아인슈타인과 호킹의 블랙홀>(2005), <개천기>(2011), <하늘에 길을 묻다>(2013) 등이 있다. 이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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