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핑퐁핑퐁…그들의 함박웃음 랠리

■ 시각장애인 탁구는
검은 안대로 눈 가리고
네트 밑으로 공 통과시켜

■ 9월 장애인체전 출전
권외현·이수덕씨 등 7명
매주 2시간씩 특별 훈련

“자 가봅시다.” “예”

검정 안대를 낀 두 선수가 하얀색 탁구대 양쪽에 섰다.

“가봅시다”라고 외친 선수가 탁구 라켓으로 공을 밀었다. 공을 튀기는 일반 탁구와 달리 시각장애인 탁구는 공을 네트 아래로 굴린다. 네트 아래는 5㎝ 가량 공간이 뚫려있다. 그곳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공을 굴려 넘겨야 한다. ‘따르륵’ 탁구공 안은 쇠소리를 내며 네트 밑으로 통과한다.

 

▲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의 시각장애인 탁구선수들이 강사의 지도아래 탁구연습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탁구대는 일반 탁구대와 달리 탁구대 끝에 1.5㎝ 높이의 턱이 있다. 공이 턱을 맞고 탁구대 안쪽으로 튀면 득점이 인정된다. “예”라고 대답한 선수가 탁구 라켓을 휘둘렀지만 공은 그대로 흘렀다. 심판을 보던 선수가 서브를 넣은 선수에게 득점을 선언했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은 시각장애인들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 22개 사업과 156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시각장애인 탁구팀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4년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두며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와 체육활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내 시각장애인 탁구선수는 총 7명이다. 이들은 복지관 탁구프로그램을 통해 탁구를 배운후 탁구선수로 등록해 9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각장애인 탁구선수 권외현(51)씨는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라며 “전국장애인 체육대회를 넘어 세계장애인탁구대회까지 출전하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탁구선수들은 매주 하루, 두시간 지도강사의 출강아래 탁구연습을 한다. 또한 그외 시간에도 연습은 이뤄진다.

사회복지사 노소연씨는 “장애인 선수들은 지도강사가 없는 시간에도 열성적으로 연습하고자 복지관을 자발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연습에 참여하는 시각시각장애인 탁구선수 이수덕(68)씨는 “탁구 연습으로 체력적인 부분은 힘이 들지만 꾸준히 연습해 지속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작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가질때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용건(57)씨는 “주변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맹목적으로 도움 받는 사람으로 여긴다”며 “장애인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른 사람이 아닌데 다르게 생각하는 모습에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수덕 씨는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탁구를 하냐고 의문을 가지더라”며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들이 하는 대부분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노소연 씨는 “선수들이 지금처럼만 탁구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혜진기자 hjin@ksilbo.co.kr

■ 시각장애인 탁구경기 규정

탁구대 끝에 1.5㎝의 높이의 엔드라인과 사이드라인이 있고, 라켓은 고무 라바가 없는 라켓을 사용한다. 경기는 라켓으로 공을 네트 밑으로 쳐 보내어 상대 코트의 엔드라인에 닿으면 득점이 인정된다.

상대는 엔드라인에 닿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안대를 착용하고 경기를 해야 하며 경기전 “갑니다”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예”라고 답한 후 경기가 시작된다. 탁구공 안에는 작은 쇠구슬이 있어 공들이 구를 때마다 나는 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한다. 경기 방식은 3세트 11득점 방식이며 종목은 전맹, 약시, 저시력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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