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울산의 경제는 희비가 엇갈린 한해였다.  효성, 고합, 태광산업 등 화섬업계는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힘든 나날을 보냈고, 강 건너 현대중공업, 현대차는 수출산업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올들어 품질, 수출, 경영실적, 주가 등의 분야에서 "쾌속질주"하면서 세계 경기 둔화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의 보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같은 화려한 실적과는 달리 향후 전망은 부정적인 요인이 훨씬 많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내년 지역경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경제권위지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지난 14일 애널리스트들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의 유럽 수출이 줄고 있고, 미국 수출 급증도 품질보증을 강화한데 힘입은 것이어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도 "지나친 미국시장 집중은 무역마찰과 환율변동에 취약해 시장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현대차가 내년에 미국 현지공장 설립 검토 의사를 밝힌 것도 눈앞에 닥친 통상마찰을 의식한 고육책이란 견해도 비등하다.

 현대자동차를 둘러싼 내년의 대외여건은 갈수록 악화,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르노는 중형차 시장에서 쏘나타의 아성을 잠식하며 선전한 르노삼성이 내년에 SM3로 소형차 시장에 뛰어든다.

 여기에다 지난 9월 대우차 인수양해각서를 체결한 GM도 2년내 시장점유율 30% 달성을 장담하고 있는 데다 수입차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세계적 수요예측기관인 "DRI-WEFA"는 내년 자동차 수요가 5천266만3천500대로 올해보다 3.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NAFTA)시장 수요도 1천757만대로 올해보다 7.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 경쟁력은 "IMF 이후 끈질긴 품질 및 생산성 향상, 기술개발 노력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지만 6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생존경쟁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경쟁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약진도 위협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달 5일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최초로 수출을 시작했다. GM 합작사인 "상하이GM"은 배기량 3천㏄의 "GL8"을 필리핀에 수출했다. 향후 5년간에 걸쳐 5천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산업 육성에 심혈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잠재력을 볼 때 독자모델 개발도 머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는 속칭 "잘 나가는" 기업이었지만 향후 예상되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소용돌이를 감안할 때 방심할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한 수준은 아니다. "마른 수건도 짠다"는 비용절감 노력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 도요타의 "위기관리형" 경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볼 때 현대차의 경쟁력은 아직도 도요타에 뒤떨어진다. 현대차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으려면 "언제나 위기"라는 인식으로 경쟁력 강화에 더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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