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대한 시민의 반응이 그다지 높지 않아 걱정이라 한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눈앞의 일상사가 벼랑 끝에 달렸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21세기 첫 월드컵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뜨거워 성공 개최의 의무감이 느껴진다.

 지난 11월 21일 잠실 올림픽 제2 체육관 펜싱 경기장에서는 시민합창연합과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2002 월드컵 성공 기원 음악회가 열렸다.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직장, 어머니 합창단 등 전국에서 모인 2002명의 합창단들이 안익태의 한국환상곡과 우리 가곡들을 불러 음악을 통한 월드컵의 성공 기원의 국민적 합의를 끌어냈다.

 장윤성 지휘의 뉴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는 테너 임웅균, 김남두 소프라노 조혜연, 박정원이 참가한 이 음악회를 통해 과연 음악의 단합된 힘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청주이 모두 기립해 부른 〈고향의 봄〉 합창을 하면서 한발 가까워진 월드컵이 피부에 느껴진 것이다.

 단적으로 이러한 문화 축전이 월드컵 개최 지역마다 열릴 수 있었으면 한다. 월드컵이 단순히 스포츠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 역량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 축전 행사가 시민의 발의에 의해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충실한 월드컵 준비일 뿐만 아니라 잠재된 시민들에게 동기 부여의 길이 된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준비 기간이지만 세계인들이 스포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 등의 문화 관람을 통해 우리나라를 파악할 것이다.

 곧 월드컵 노래가 발표되고 방송에서 로고송이 전파를 타게되면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것이다. 우선 이를 각급 합창단들이 공연 때마다 마지막 휘날레로 부르는 것도 월드컵에 대한 홍보가 될 것이다. 강변이나 야외 음악회에서 이러한 월드컵 예비 문화 행사를 갖는 것도 자연스런 분위기 조성이 될 것 같다.

 독일 작곡가이지만 나중에 영국에 귀화한 헨델은 영국과 8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던 오스트리아의 전쟁이 끝나는 것을 기념해 영불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국왕 조지 2세로부터 식전음악을 의뢰 받은 작곡가는 저 유명한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을 작곡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숫자인 1만 2천명이 몰려 런던의 큰길이 막힐 정도였다고 한다. 스포츠는 기록이나 승부를 생명으로 하지만 문화는 기록을 능가하는 역사적 작품을 남길 수 있다.

 스포츠와 문화가 만날 때 보다 풍성한 월드컵이 될 것이다. 손님을 맞아 친절과 예의를 갖추는 것 못지 않게 문화 역량을 과시할 수 있어야 겠다.

 이를 위해 예산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 문화 예술인들이 이 기간동안 만이라도 문화 자원 봉사의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다함께 참여해 성공 기원에 동참하는 것이다.

 나라가 어려운 때에 하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합 정신이야말로 월드컵 개최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가치가 아닐까 한다.

 이제 단순한 월드컵 캠페인 보다 생활 속에 베어드는 문화 향기를 통해 월드컵 성공 개최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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