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미국차는 고작 몇천대 수입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지난 8월 도널드 에반스 미국 상무장관이 우리측 통상교섭본부에 보낸 서한 내용이다.  미국의 통상압력은 올들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발동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이제 자동차업계도 통상마찰이 발등의 불이 됐다.

 정부는 대미 통상압력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산자부 장관의 의전차를 포드의 "링컨 LS"로 바꾼 정부는 내년부터 고속도로 순찰차도 외제차로 교체키로 했다.

 미국은 줄기차게 자국산 차량 판매확대를 위해 끈질긴 요구를 하고 있다. 자동차 수입 관세율 2.5%로 인하, 배기량에 따른 누진 자동차세 개편, 특별소비세 인하 등이다.

 자동차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이 80년대 일본과 자동차 협상때 제시했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최저수량 보장"이나 한국차의 대미 수출시 보복관세 부과까지 검토할 분위기다.

 국산차는 비약적으로 높아진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지난해 총 47만3천대를 미국에 수출했고, 올 9월까지 46만6천대에 달할 정도로 대미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

 이는 미국에서 팔린 외국산차 중 일본산에 이어 2위 규모로 올해 처음 벤츠, 폴크스바겐, 포르쉐 등 유럽산(41만4천대)을 제치고 미국에서 5만2천대가 더 팔렸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시장 비중도 갈수록 커져 지난 1∼9월까지 47%에 달하고 있다.

 한편 이달 19일부터 국내에서는 자동차, 가전 등 일부 품목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특소세 인하는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차에 더 혜택이 커져 BMW는 차종별로 94만원∼526만원이 내렸고 벤츠는 950만원이나 내렸다. 또 연말을 맞아 15%까지 할인 판매하던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는 인하폭이 19%까지 확대됐다.

 특소세율 인하와 함께 수입차업체는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2002년은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이용해 수입차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내년도 판매목표는 올해보다 3천대 가량 많은 1만대로 알려졌다. 올 연말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4천414대보다 3천대가 늘어난 7천400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는 최근 3년간 매년 100% 가까이 증가하며 외환위기로 인해 주춤하던 판매가 다시 회복됐다.

 토요타의 조 후지오 사장은 얼마전 열린 동경모터쇼에서 "내년에는 서비스망을 대폭 확대해 한국에서 "렉서스"를 1천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벤츠를 수입 판매하는 한성자동차도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1천216대를 판매한 이래 올해 다시 1천대를 넘어섰다. 한성자동차는 내년에 1천700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안으로는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내수 공략에 나선 르노삼성, GM대우를 비롯해 수입차들의 빠른 내수시장 잠식에 맞서는 동시에 밖으로는 통상마찰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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