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은 간단한 것이 좋다. 단순하고 알기 쉬워야 한다. 그래야 모든 일이 이해하기 쉽다. 더구나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제도나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오늘날 문제되고 있는 의약분업이나 국민연금 문제도 그렇다. 누가 봐도 객관성이 있으며 합당해야 한다. 호응받는 것도 그래야 가능한 일이다.

 일을 간단하고 단순화하는 첫째 요건은 모든 것을 그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일이다. 더욱이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이 흐르듯이 순리를 따라야 한다.

 요즈음 진행되고 있는 대학 입시도 그렇다. 각 대학에서 책임지고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해버려야 한다. 여기에서 발생되는 문제들도 대학이 책임지게 하면 된다. 이것을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좌지우지 하니까 여기저기서 잡음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지난 번 치루어진 수학 능력 시험 문제의 난이도 문제도 그렇다. 지나치게 정부에서 획일적으로 하는 데에서 모든 잡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해에 비하여 지나치게 어려웠다고 비판이 비등했다. 마치 모든 문제가 출제를 책임진 출제팀에게 있는 듯이 각종 메스컴도 대서 특필했다.

 출제된 문제가 교육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교육 과정에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했다. 단지 왜 이리 어려우냐는 것이었다. 지난해의 난이도 조정 실패로 떠들 때 변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모두가 외쳐댔다. 그런 여론은 이번에는 들어 보기 어려웠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교육부의 지나친 간섭의 결과다.

 현재의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생 선발 방식도 지나치게 복잡하다. 수험생이나 그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 있는 교수들도 선발 방식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의 위치가 어디에 있으며, 내가 목표하는 대학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제대로 응시할 것이 아닌가.

 좀 혹평하여 말하면 지금의 입시 행태는 제비뽑기식이나 다를 바 없다. 하향 평준화가 대학에도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자기의 전체적인 성적이 어느 정도이며 각 대학의 위상은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합하여 전국적으로 모의 고사도 더러 치러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것마저 철저하게 막는 것이 우리 교육부라고 한다. 사교육비의 과다를 줄이자는 의도라고 한다. 그결과 기준이 없어진 것이다.

 거기다가 각 대학에 시달한 정부의 선발 방식이 참으로 복잡하다. 수시 모집이 있고 특별 전형이 있으며, 정시 모집도 있다. 수시, 특별, 일반 모집의 취지나 명칭에 대하여 대학에 있는 사람들도 잘 이해하기 어렵다. 하물며 대학 바깥의 일반인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수시 모집은 5월에도 실시되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치러게 되어 있다. 그 과정이나 내용의 불합리는 고사하고 합격한 뒤에는 어쩌란 말인가. 고등학교 생활을 망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입시 업무를 다루는 이들의 고충은 고려 밖이다. 언제 강의를 하고 언제 원서를 쓰라는 말인가. 특기자 전형이나 일반 정시 모집도 그 불편이나 번거로움은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정부의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의 법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일을 간편하게 하자. 그리고 모든 업무를 그 이해 관계의 당사자들에게 맡기자. 책임도 함께 말이다. 그것만이 대학 입시의 틀을 바로 잡는 길이다. 그리고도 드러나는 문제점은 시간을 두고 해결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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