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이무지치 합주단/ 펠릭스 야요(바이올린)

제작:필립스

자연을 경외하며 살던 옛 어른들은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도 "비가 오신다"고 표현했던 걸 기억한다. 지금 젊은이들 입장에선 낯설고 촌스러워 보여도 순박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따뜻한 정감으로 다갈올 지도 모르겠다.

 대중적으로 너무 유명한 비발디의 〈사계〉는 온갖 소음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생생한 자연의 소리를 배달한다. 귀에 익은 편안한 선율은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묘사한 일련의 스케치들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비발디의 〈사계〉 속에선 어려운 클래식이 주는 긴장은 사라지고 푸근한 휴식만 남는다.

 비발디는 "화성의 창의에의 시도"라는 부제로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 합주를 위한 이 협주곡을 쓰고 1~4번까지의 네곡에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따라서 오늘날 일반적으로 이 곡을 〈사계〉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각 3악장의 협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곡은 작자미상의 소네트라는 4행시를 바탕으로 사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변화를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봄의 향기롭고 흥겨운 노래와 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쏟는 여름의 풍경도 좋지만 찬 바람이 옷깃을 스며들기 시작하는 요즘은 겨울의 2악장이 새삼 그 매력을 더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음반 중에서 이무지치(I MUSICI)합주단과 야요(YAO)의 연주는 자연의 변화하는 아름다움을 부드럽고 때론 약동감 넘치는 감각으로 표현해낸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앙상블에서는 세계 정상급이라 칭해지는 이무지치의 연주와 야요의 로맨틱한 독주는 〈사계〉를 더욱 매혹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 속에는 잊혀져가는 자연의 신비와 경이에 대한 감탄이 있다.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고 감사하던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도 있다. 사계의 미려한 선율과 함께라면 단지 상상 뿐일지라도 장작불이 타들어가는 시골 난롯가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며 창밖에 내리는 차가운 비에 젖어드는 자연을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정규용 정앤정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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