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공연된 "작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울산지역 성악가들이 처음 시도한 갈라콘서트라는 점에서 울산음악계의 새로운 역사로 평가되지만 작품성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울산에 연고를 둔 지역 성악가들로 구성된 울산성악연구회(회장 노현일)가 정기연주회로 마련한 〈라 트라비아타(춘희)〉는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차례로 발표하는 단순한 형식의 발표회를 벗어나 오페라의 영역에 작은 발을 들여놓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주회로 받아들여진다.

 민간단체로서 이 만한 규모의 연주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원들의 자비와 음악에 대한 열정 만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최선을 다한" 노력도 높게 평가된다.

 막이 전환될 때마다 해설자가 나와 설명을 해주고 대사를 한국말로 처리한 자막을 설치해 관중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주인공을 2~3명으로 더블캐스팅해 출연진들은 부담을 덜고 청중들은 이들을 비교하며 즐기는 재미를 준 기획의도도 돋보였다.

 김광명 성악연구회 단무장은 "5개월여 동안 직접 기획하고 연습했다"며 "경험과 노하우, 소화력이 갖춰지면 제대로된 작품으로 승화될 소지는 충분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연주자들의 연기력과 기량, 운영면에서 미흡한 점이 없지는 않았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한 작곡가는 "준비와 노력의 흔적은 충분히 엿볼 수 있고 시도는 매우 좋았지만 감정전달이 부족해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극의 흐름에 따른 음악적 소화력이 충분하지 못한 탓인지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관중 속으로 감정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3막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린 듯 비올렛타를 맡은 오윤정씨와 알프레도를 맡은 배수완씨가 연기와 발성이 풍부해져 관중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3막으로 구성된 군더더기 없는 무대가 돋보이기는 했으나 출연진이 무대를 넓게 활용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돈 것이나 자막이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장면과 완전하게 일치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날 연주회는 무엇보다 재정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민간단체가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만하다. 앞으로 울산성악계의 또다른 비약을 기대한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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