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취지 발언 여부의 진실을 가려줄 핵심자료인 ‘대화록’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일각에선 보안 등을 위해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물 보관시스템이 복잡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대화록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일 뿐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대화록의 유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열람위원단이 확인에 실패한 대화록은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생산된 대화록으로, 참여정부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것이다. 여야는 이 ‘원본’과 국정원이 보관해 오다 최근 공개한 2008년 1월 생산된 대화록을 대조해 NLL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차원에서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열람·공개를 진행해 왔다.
 여야는 이에따라 1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열람단으로부터 지금까지 관련 자료 예비열람 결과와 대화록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경위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국회의 정상회담 자료열람 활동에 정통한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열람단이 오늘까지 두 차례 예비열람를 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단순히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예 대화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관계자들도 “대화록 존재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대화록을 못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또다른 정치권 인사는 “다른 자료는 다 있는데 그것(대화록)만 딱 하나 없다고 한다. 핵심만 딱 빠진 것”이라면서 “결국 수사를 해서 밝혀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화록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누락됐거나 유실됐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여야 열람위원단은 각각 당 지도부에 이와 같은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국회 주변에서는 1차 예비열람이 실시됐던 지난 15일 이후부터 ‘대화록 존재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18일 국회 운영위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국가기록원을 더 방문해 추가 예비열람을 할지, 아니면 현 상황에서 대화록 찾기를 중단할지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대화록 찾는 것을 중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추가 예비열람을 통해 대화록의 존재 파악에 나서더라도 진실 규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대화록을 누가, 언제, 어떻게 파기 혹은 별도 보관하고 있는지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일면서 정국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대화록의 유실 경위, 또는 고의적인 자료파기 가능성 등을 놓고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대화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던 문서는 당시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시스템과 함께 100%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넘어갔다”면서 “국가기록원 시스템은 이지원 시스템과 달리 자료간에 서로 링크가 돼 있지 않아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자료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역시 “대화록이 없을리가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대화록 원본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던 국가기록원은 “대화록의 존재 여부를 모른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해당 대화록은 일반 기록물도 아니고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볼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대화록이 존재하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록물 전문가인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대화록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면서 “대화록 하부 첨부파일로 보관돼 있을 경우 키워드를 치더라도 검색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실 보다는 못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모든 문서관리 카드를 하나 하나 열어봐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면서 “대화록 검색을 위해 문서를 국가기록원에 넘긴 참여정부 인사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박경국 국가기록원 원장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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