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 제도가 도입된 지 6개월 만에 누적 발행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전단채는 기업어음(CP)의 발행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하며 일단 시장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단채가 시장에서 더욱 활성화되려면 발행금리 비공개, 신용등급 평가방식 미흡 등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 도입 반년 만에 발행 규모 6조원 넘어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전단채의 누적 발행 규모는 총 264건에 6조2천407억원으로 지난 1월15일 전단채 제도가 도입된 이후 6개월 만에 6조원을 넘어섰다.
 전단채는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자금을 실물이나 종이가 아닌 전자방식으로 발행·유통하는 금융상품이다.
 전단채는 지난 2010년 1천9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LIG건설 사태’처럼 CP의 투자정보가 불투명한 데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막고자 도입됐다.
 만기별로 살펴보면 3개월물 전단채의 발행 규모가 2조7천601억원으로 가장 컸다.
 1개월물(2조1천101억원), 7일물(1조457억원), 2개월물(3천46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발행 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3개월 이상 만기의 전단채 발행 규모는 2억원에 그쳤다.
 월별로 보면 전단채의 발행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만 해도 세자릿수(310억원)에 그쳤던 전단채의 월별 발행 규모는 5월에 1조2천12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달에는 2조7천565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달은 아직 절반이나 남았지만 지난 16일까지 이미 2조2천420억원의 전단채가 발행됐다.
 반면에 CP의 발행 규모는 감소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CP의 월별 발행 규모는 53조3천280억원이었지만 5월에 34조대, 지난달에는 31조대로 급감했다.

 ◇ 전단채 발행 급증…시장서 자리잡기 ‘일단 성공’
 전단채의 발행 수요는 증권사, 카드사, 캐피털사 등 주로 금융사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특히 전단채 도입 시기가 증권사의 콜머니(금융사 간의 초단기 차입자금) 차입 규제 시점과 맞물리면서 전단채는 증권사들의 주요한 단기자금 조달 경로로 떠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융 당국의 규제로 증권사의 월평균 콜 차입 비중은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한정됐으며 내년부터는 증권사의 콜 차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에 증권사는 콜 차입을 줄이는 대신 CP로 단기자금을 마련해왔다가 CP에 대한 규제마저 강화되자 다시 전단채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아직 전단채 발행사의 상당수가 금융사지만 최근에는 유통업체 등 기타 업종의 발행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 한무쇼핑이 지난 10일 205억원 규모의 전단채를 발행했고, 앞서 신세계도 지난 9일 전단채 발행을 통해 5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전단채는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CP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권면 분할이 불가능한 CP와 달리 전단채는 1억원 단위로 분할매매가 가능해 리테일 판매에 적합하고, RP와 비교할 때 전단채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일단 전단채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입지를 굳히려면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도 아직 많다.
 먼저 전단채 발행한도에 대한 기업의 능력이 평가돼야 한다.
 발행한도가 따로 없는 CP와 달리 전단채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된 범위 내에서만 발행이 가능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단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만기가 훨씬 짧아서 해당 기업이 발행한도에 걸맞은 유동성을 갖췄는지 평가해야 하지만,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전단채 등급 부여 시 CP등급과 유사한 기준만을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CP처럼 전단채의 발행금리도 비공개라는 점을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CP의 정보 불투명성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것이 전단채인 만큼 발행사와 투자자 간의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발행금리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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