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의 ‘실종’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야 열람위원들이 지난 15일과 17일 경기도 성남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NLL·북방한계선·남북정상회담 등 7개 검색어로 검색을 실시했는데도 원문을 찾아내지 못했다.
 기술적 이유로 원본을 못 찾는 것인지, 애초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자체가 보관되지 않았던 것인지,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에서 대화록이 ‘증발’된 것인지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설이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는 18일 오후 비공개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나 어떤 시나리오든 충격파의 강도가 다를 뿐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야간 책임공방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안이 ‘영구미제’로 남거나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본을 못찾는 것이라면…‘영구미제’ 가능성 = 정부의 복잡한 국가기록물 관리체계 때문에 원본이 있는데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기록원에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할 때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의 자료를 컴퓨터 파일 형태로 통째로 넘겼으나, 국가기록원의 문서시스템은 이지원과 서로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 형식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파일 형태가 달라지면서 관련 자료가 유실되거나 검색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무게를 두는 시나리오지만 새누리당에서도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임상경 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감한 비밀문서는 아예 ’별표(****) 관련‘이라고 표기하거나 날짜만 표기해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야가 기존에 선별한 7개 검색어로 검색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류작업을 소홀히 했거나 보안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없도록 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여야가 방대한 자료더미 속에서 원본을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키워드로 추가 예비열람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존재 여부 자체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시스템 오류에 따른 ‘영구미제’ 사건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술적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인만큼 여야간 책임 공방도 덜하고, 정치적 파장도 작은 시나리오로 여겨지고 있다.
 ◇애초 원본이 없었다면…파기 공방 비화 =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 자체가 없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회의록이 언제, 왜, 어디로 사라졌는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불붙을게 분명하다. 이 경우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가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 문서를 국가기록원에 넘기면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누락시켰을 가능성, 국가기록원에 이관됐으나 대화록이 이명박 정부에서 파기됐을 가능성을 큰 갈래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벌써 새누리당은 전자에 무게를 두고 ‘참여정부 폐기 의혹’을, 민주당에 초점을 맞춰 ‘이명박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책임론을 안게 되는 진영에서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 시나리오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에 하나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거나 폐기됐다면 친노(친노무현) 전체가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추가로 찾아서라도 이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되면 이는 민간인 사찰을 은폐해온 점이나 국정원 댓글의 폐기와 조작의 소위 경험에 비춰서 삭제와 은폐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화록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단계가 된다면 정치권이 아닌 검찰 수사나 특별검사를 통해서 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화록 파기 논란으로 비화한다면 여야간 공방으로는 결론나기는 힘들고 결국 수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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